징역 4월에 집유1년…'부당한 판결로 보냐' 질문에 "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독직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독직폭행 혐의를 받는 정 차장검사의 1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자격정지 1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은 것은 없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다만 형법 125조 독직폭행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양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었다고 주장한다"라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휴대전화를 뺏는 의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에서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폭행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당행위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차장검사 측은 한 검사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고 보고 휴대전화를 확보하려던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은 물리력 행사가 아니라 말로 조치를 하는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증거인멸을 시도한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인신구속 과정뿐만 아니라 강제수사인 압수수색 영장집행 과정에서도 피압수자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점에서 행위의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만 주장하고, 행위나 결과에 대해선 반성하지 않고 있다.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한 바 없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과 정 차장검사가 오랜 기간 검찰에서 근무한 점, 처벌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는 한 검사장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검사장이 받았던 진단이나 치료방법, 치료기간 등을 종합해보면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판결 직후 정 차장검사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한 뒤 법원을 떠났다.

정 차장검사는 지난해 7월 29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는 과정 중 한 검사장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독직폭행)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은 지난해 11월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대검·고검 감찰부에 기소과정 적정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