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전 "방역조치 그대로면 2300명"…4단계 시행했지만 2300명 육박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4차 유행 규모와 거리두기 효과에 대한 방역당국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당초 거리두기를 강화하지 않으면 확진자수가 23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으나 수도권 4단계를 시행하고도 그 수준에 도달했다.
빠른 델타 변이 확산과 휴가철이라는 시기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전날보다 2223명 늘어난 21만6206명으로 집계돼 사태 발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0명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4차 유행 초기 당국이 내놓은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예상보다 유행 규모도 커지고, 기간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지난 달 12일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수리 모델링으로 분석한 결과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감염재생산지수가 1.22인 상황을 상정했을 때 8월 중순 (일일 확진자가) 2300여 명까지 증가한 뒤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측했다.
이는 당시 방역조치 등 상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후 한 달째 수도권 4단계를 비롯해 추가 조치까지 강력한 방역조치가 시행됐는데도 확진자 규모가 이 예측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당시 당국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효과로 유행이 강력하게 통제되면 2주 뒤부터는 확진자가 감소해 8월 말 600명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에 대한 예상도 빗나간 셈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수도권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이를 2~3주 동안 보이다가 지난 주말부터 다시 유행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계속 증가 추이를 유지할 지 또는 더 증가하지 않고 다른 변화를 보일 지는 이번 주 상황들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계산이 빗나간 것은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거리두기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휴가철 이동의 결과로 감염이 확산되고,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전국적으로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크고 초기 감염력이 강해 전파 차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달 1~7일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델타 변이를 보유한 비율은 73.1%를 나타냈다. 우세종이 된 것을 넘어 확진자의 3/4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또한 최근 4주 간 델타 변이 비율은 33.9→48→61.5→73.1%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3차 유행 때부터 반년을 훌쩍 넘게 강력한 방역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휴가철과 맞물려 거리두기 효과가 미미한 이유로 꼽힌다. 지난 주 전국 이동량은 2주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3차 유행이 정체기를 보였던 올 1월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손영래 반장은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상황의 여파가) 얼마나 전개될 지 평가하면서 거리두기 체계의 변화 또는 방역조치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며 "특히 거리두기 조치 강화는 사회·경제적인 피해와 서민경제의 애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들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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