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해 전 총장 등 표창장·세미나 의혹 핵심인물…오늘 2심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2심 판결이 오늘(11일) 선고된다. 정 교수 측은 항소심에서 20여 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각각 주요 쟁점인 동양대 표창장·서울대 세미나 의혹,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핵심 인물이었다. 정 교수 측은 이들을 법정에 불러 반전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김모 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우국환 전 WFM 대표가 그들이다. 정 교수 입장에서는 선고 결과에 따라 증인 채택 불발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핵심증인 최성해는 '진실을 말한 사람'인가
정 교수는 3월 항소심 첫 재판에서 입시비리 의혹을 놓고 14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의 속심이라는 2심의 특성상 신문 필요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모두 기각했다. 최성해 전 총장 역시 '무더기 기각' 대상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핵심 증인이다. 정 교수는 최 전 총장에게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발급할 위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전 총장은 자신의 명의로 표창장을 발급하도록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왔다.
정 교수 측은 최 전 총장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 전 총장은 2019년 8월 말~9월 초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의혹을 처음 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최 전 총장이 같은 해 8월 27일 야권 인사와 만나고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에게 표창장 관련 공문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평소 조 전 장관 일가에 앙심을 품고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앙심을 품게 된 이유로는 '조 전 장관 일가가 청탁을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2018년 동양대가 정원을 감축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최 전 총장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의 도움을 바랐지만 정 교수가 단칼에 거절했다는 주장이다.
1심은 최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야권 인사와 최 전 총장 사이 부적절한 접촉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다. 문제가 된 논평도 최 전 총장이 직접 작성했다는 근거가 없고, 평소 정 교수에게 앙심을 품었을 것으로 보이는 행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질타했다.
정 교수 측은 2심에서 최 전 총장과 다시 마주해 '정경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동기'를 증명하려 했지만 재판부 기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변론에서 "(표창장 발급 시기) 최 전 총장과 정 교수의 사이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굳이 위조할 필요도 없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뒤 최 전 총장의 몇 가지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해 관계가 안 좋아졌다"며 언급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최 전 총장이 당시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대통령이 되고 우리나라가 망하니 막아야 한다' '정경심 교수가 우리 학교에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측근에게 했다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정 교수 측은 이를 의견서로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에서 '조국 딸'을 본 자 누구인가
정 교수 측에 유리한 증인도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을 지낸 김모 씨다. 정 교수는 딸 조 씨에게 조 전 장관이 교수로 근무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센터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은 조 씨가 세미나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1심 재판에서 세미나 당일 조 씨를 봤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 1명, 사복을 입은 남녀 고등학생 1명이 각각 세미나에 참석했다. 사복을 입은 여학생은 세미나 뒤풀이 장소까지 따라와 자신이 '조국 교수님 딸'이라고 소개했다"고 회고했다. 고등학생 일행 가운데 유일하게 교복을 입은 학생은 조 씨의 친구 박모 씨로 지목했다. 박 씨는 당시 대원외고 재학생이었다. 김 씨는 해당 학교 교복을 알고 있어 기억에 남았다고 밝혔다. 또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의 모습을 보고 "조 씨가 맞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씨의 증언은 큰 힘이 되지 못했다. 1심은 세미나 영상 속 여학생을 조 씨로 특정할 수 없다며 '조 씨가 맞다'는 김 씨의 진술을 배척했다. 잠깐 본 여학생을 10년 뒤 검찰 조사실에서 틀어준 흐릿한 영상으로 확실히 식별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친구 박 씨와 장모 씨 등도 조 씨의 세미나 참석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해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천군만마' 증인을 법정에 세우지 못했지만 승산은 있었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함께 기소된 재판에 박 씨 등 조 씨의 친구들이 증인으로 나오면서다. 이들은 영상 속 여학생이 조 씨가 아니라고 진술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씨는 "검사가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영상 딱 보자마자 '제가 조민을 오래 봐왔는데 저 여학생은 조민'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검사가 다른 증거를 제시하며 '조 씨가 아니지 않느냐'고 추궁해 '아닐 수도 있겠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 씨의 증언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 정 교수는 딸 조 씨가 세미나 뒤풀이에 가는 바람에 박 씨 혼자 자택에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책도 빌려 갔다고 기억했다. 종합하면 조 씨는 박 씨 등과 세미나에 왔다가 뒤풀이에 참석했고, 함께 저녁 먹을 사람이 없었던 박 씨는 빠져나와 정 교수의 집을 방문한 상황이다. 또 다른 친구 장 씨 역시 법정에서 "영상 속 여학생이 조 씨일 확률은 90%"라고 증언했다. 정 교수 측은 이같은 증언 내용을 정리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거운 형량 걸린 '미공개 정보 이용' 증인도 미채택
정 교수 혐의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건 입시비리, 그중에서도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지만 형량만 따지면 복병은 따로 있다. 법정형이 가장 높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다. 1심은 2018년 정 교수가 군산공장 가동 예정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듣고 음극재 개발업체 WFM 2대 주주 우국환 씨로부터 실물 주권 10만 주를 매수했다고 판단했다. 취득한 부당이득은 2억 3600만 원 상당으로 봤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6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죄다.
정 교수 측은 해당 혐의에 관해 크게 두 가지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의 공장 가동 정보는 이미 언론 보도됐다는 점 △우 씨 역시 이미 해당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이다. 특히 주식 매매 상대방인 우 씨가 해당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군산 공장 가동식에 초청받지 못했고, 만약 가동 정보를 알았다면 주식을 팔지 않았을 거라고 진술했다. 1심 역시 우 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유죄로 판단했다.
2대 주주인 우 씨가 공장 가동 정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 정 교수 측 입장이다. 항소심에 이르러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우 씨를 비롯한 6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상훈 전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기각됐다.
최 전 총장 관련 사안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은 변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14일 공판에서 변호인은 "WFM 최대 주주이자 당시 대표였던 우 씨가 공장 가동 정보를 모를 거라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주식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는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며 "우 씨의 당시 지위와 음극재 사업 합의를 위해 직접 전주 공장을 방문하기도 한 점까지 종합하면 우 씨가 정보를 몰랐다는 공소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 씨로서는 정보를 알고도 주식을 팔았다는 걸 인정하면 스스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시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점까지 고려했을 때 (정보를 몰랐다는) 우 씨의 말만 믿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건 심리 미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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