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탐사보도팀]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충청권 400만 주민들의 식수원인 대청호가 심각한 녹조로 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진녹색 빛을 띠는 대청호 추소리 수역, 멀리서 보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로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충격적인 풍경과 악취에 놀라게 됩니다. 금강 지류의 물이 대청호로 유입되는 지점인 추소리 수역은 대청호에서는 녹조가 가장 먼저 발생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곳입니다.
[배정한 기자: 저는 지금 대청호의 한 선착장에 나와있습니다. 현재 이곳의 수면은 진한 녹조로 덮여있습니다. 제가 직접 이곳의 수중 상태가 어떤지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수심 1m가 넘는 지점까지 들어가서 수중캠으로 물속을 촬영해봤습니다. 녹조 알갱이와 부유물로 인해 10cm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시야가 흐린 상황입니다. 이런 곳에서 생물이 살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녹조층이 두텁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녹조 제거선에 탑승해 수심이 깊은 곳에서도 수중캠으로 물속을 촬영해봤는데 상황은 비슷합니다.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권 시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상수원입니다. 매년 반복되는 녹조 피해로 인근 주민들과 충청권 주민들의 걱정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기자: 대청호 기온 상승과 녹조로 인한 피해는 어떤 게 있나요?]
[녹조 제거선 관계자: 뭐 어부들이 피해 보고. 녹조가 독성이 많잖아. 물먹는 사람들에게 제일 위협적이죠. 정수장에서 물처리할 때 약을 더 넣겠죠. 먹는 사람들의 물은 더 나쁘겠죠. 그러니까 녹조를 청소해야 되고요. 주민들 냄새(피해)가 나고... (고약한) 냄새에 관광객들이 오려다가 안 오고, 낚시꾼들도 안 오고요. 그러니까 지역경제 발전이 안 되죠. 그런 게 제일 문제죠.]
휴가철을 맞아 대청호를 찾은 관광객들은 녹조로 뒤덮힌 충격적인 풍경과 악취로 인해 낚시 계획을 취소하고 금새 발길을 돌렸습니다.
[서울 거주 관광객: 여름휴가차 아들과 낚시하고 배 타고 싶어서 왔는데 (녹조차) 많이 심하네요.]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대청호 상류지점에 발생한 녹조로 인해 중부권의 식수원이 오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본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녹조 저감을 위해 물 순환 장비인 수면포기기(수차)가 가동되고 있고 녹조 제거선 3대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류 차단막과 부유물 차단막도 설치해서 취수장까지는 아직 녹조가 흘러들어가지 않게 조치를 취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대청호의 녹조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활하수와 가축 분뇨에 대한 원천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녹조만은 아닙니다. 최근 며칠 동안 수온 상승으로 인해 대청호에서 빙어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들도 알려졌습니다. 옥천군 소 정리의 한 물가에 빙어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낮은 수온에서 사는 빙어들에게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폭염은 버티기 어려운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빙어 사체 발견 장소 주민: 수온이 올라 고기들이 죽어서 가장자리로 밀려온 거예요.]
하지만 대청호 환경을 관리하는 지자체 관련 부서는 이러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옥천군청 환경과 관계자: 녹조라든가 빙어 죽은 것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요. 파악된 곳이 없어요. 팀장님 말씀으로는 (빙어 죽은 곳이) 없다는데요. 우리 옥천이 아닌가 보네요.]
예년과 다른 강수량과 체험하지 못한 기온의 변화로 심각한 녹조와 급격한 수온 상승 등 한반도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적절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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