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9일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우여곡절 끝에 세워진 학교잖아요. 영화 상영마저 어렵다면 정말 마음 아플 것 같아요."
특수학교인 '서진학교'가 위치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 지난 3일 <더팩트>가 만난 이곳 주민 대부분은 학교 설립 과정을 담은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계속 상영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입을 모았다.
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한 주민이 지난달 21일 법원에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결코 주민 상당수의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처분을 낸 주민은 영화가 상영되면 당시 반대했던 행동이 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학교는 지난 2014년 개교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6년이 지나서야 문을 연 발달장애 학생들의 배움터다. 2017년 9월 학교 설립 공청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 꿇고 호소했던 일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나도 영화보겠다"는 주민들…가처분 신청에 분통
주민 심모(64) 씨는 애초 개교에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는 "2013년 특수학교 설립 계획이 나왔을 때부터 온갖 걱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며 "개교 후 약 1년 6개월 지났는데 전부 착각이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만큼은 꼭 원활하게 상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을 낸 주민은 나름 이유가 있더라도 영화는 상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주민 민모(67) 씨는 "장애 학생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에 반대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 모습이 화면에 또 비치는 게 좋진 않으나, 영화는 상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씨는 특히 "나도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겠다"고 약속했다.
가처분 자체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해도 너무한다"며 "설립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무릎까지 꿇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또 "당시 상황이 TV 등을 통해 전부 공개됐는데, 없던 사실을 만든 영화도 아닌 만큼 가처분 신청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에 감사…지역이기주의로 몰아선 안 돼"
서진학교 인근 주민들은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지난 1일부터 나흘 동안 '가처분을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모은 결과 시민 총 5만5361명이 동참했다. 여기에는 다수의 강서구 주민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안 되지만, 정말 많은 서진학교 일대 주민분들이 탄원서를 보내주셨다"라며 "주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다고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은 오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윤 회장은 "탄원서 건수가 5만명을 넘어선 만큼 국민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영화에서 개인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충분히 형평성도 반영했기에 상영금지가 현실화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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