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유 포함되지 않은 혐의는 심리 불가"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고등법원이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와 반공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재심 청구된 사건을 무죄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재심 청구 사유에 포함되지 않은 반공법 혐의는 심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77년 5월 이같은 혐의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된 뒤 2019년 2월 긴급조치 위반죄에 재심을 청구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재심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애초 재심 청구한 긴급조치 위반죄는 물론 청구하지 않은 반공법위반죄도 심리해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유죄 확정 뒤 44년 만의 무죄였다.
재판부는 "(재심을 청구하지 않은) 다른 범죄사실에서 재심 중 명백하고 새로운 재심사유가 추가로 발견됐고 피고인도 재심사유로 삼아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새로운 재심청구를 하는 것보다 진행 중인 재심 사건에서 한꺼번에 판단받는 것이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구제수단이라는 재심제도의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A씨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소제기됐는데 하나의 행위에 2개의 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재심 청구하지 않은 반공법위반죄도 재심 사유가 된다고도 판단했다.
심리 결과 긴급조치 9호는 애초부터 위헌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반공법 혐의 유죄는 A씨가 북한을 찬양했다는 B씨의 말을 전해들었다는 C씨의 주장이 결정적이었는데 정작 B씨의 증언은 일관되지 않았다. A씨도 44년 전 수사 과정부터 지금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만 "북한 토지 90%가 국유지다" "영국에서 실시하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실현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대화 내용이 반국가단체 이익이 될 수 있다거나 A씨가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볼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재심청구인이 재심사유를 주장하지도 않은 반공법 위반죄를 다시 심리해 유죄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양형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한해 심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재심 심판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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