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류마감 하루 전 배점기준 급변경…서울 버스기사 채용 논란

서울 시내버스 기사 채용절차 도중에 갑자기 배점기준이 바뀌어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가 대거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더팩트 DB

마을버스 경력 우대 제외…서울시·운송조합은 책임 미뤄

[더팩트ㅣ주현웅·이헌일 기자] 서울 시내버스 기사 채용절차 도중 갑자기 평가기준이 바뀌어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원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서울시와 채용기관은 책임을 미루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19일 운수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서울운송조합)은 지난 1일부터 시내버스 기사를 공개모집했다. 지난 7일까지 지원서 접수를 받았고, 현재는 서류전형 추가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다.

문제는 서류접수 마감이 임박해 배점표 수정이 공지되면서 불거졌다. 마을버스 2년 이상 경력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조용히 사라졌다. 기존 모집요강은 어떤 종류의 버스든 2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있으면 20점을 주되, 이 기간을 오직 마을버스로만 채웠다면 30점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이 항목이 서류마감 하루 전, 돌연 ‘경력 1년 당 2점씩 일괄 부여’로 변경됐다.

지난 3년 동안 마을버스 기사로 근무한 A씨는 바뀐 배점기준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그는 "기존 배점표대로라면 80점대로, 1차 합격 커트라인 70점을 웃돌아 합격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커트라인 미달이었다"며 "이상해서 확인해보니 갑자기 배점기준이 바뀌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 거의 최저시급 받고 하루 약 12시간 일했는데,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다른 서울 버스기사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문제제기는 잇따랐다. 이들은 "오락가락 점수제는 문제 있다",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운송조합 태도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 지원자들이 배점표가 수정된 이유를 묻자 담당자는 "마을버스 기사 경력에만 30점을 주는 것은 특혜"라며 악성 민원인 대하듯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더팩트>는 운송조합 측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언론에 확인해줄 의무가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 모집요강을 만든 서울시는 책임을 운송조합에 미뤘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점기준은 서류접수가 시작되기 이틀 전에 바뀌었다"며 "마을버스 기사들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민원이 많았던 탓에 공정성을 고려해 일찍이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정된 사항에 대한 공지가 늦어진 것인데, 이는 운송조합이 할 일"이라며 "운송조합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더라"라고 전했다.

지원자들은 서울시가 중요한 평가기준을 접수시작 이틀 전에 바꿨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채용이 이뤄지는 줄 알았더라면 마을버스에서 최저시급 받으며 버티지 않고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A씨는 불합격 통보 직후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시내버스회사의 신규 버스기사 채용 등에 관한 인사권은 경영권의 일종으로 사측에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답변을 받았다.

마을버스와 달리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직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임금과 직업 안정성을 갖춰 운수업계에서 선호도가 높다. 운송조합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시내버스 기사는 하루 약 9시간 근무하며 월 급여는 약 390만 원 수준이다. 마을버스 기사는 3~4시간 더 일하고 월급여는 약 2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운송조합은 지역 버스회사들이 만든 조합이며 버스기사 채용 때 1차 합격자를 선발한다. 2차 면접은 각 운수업체가 각각 치른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버스회사는 경쟁률이 30대 1을 웃돌 만큼 지원자들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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