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증인 협박' 보도에 법적 대응 예고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3심을 거친 유죄판결, 이후 그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제기, 검찰의 2차례 무혐의 판단, 이를 뒤집는 감찰 결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쟁이 이어진다.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확인됐다는 법무부·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가 나오자 과거 검찰 지휘부의 반박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가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전 총리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진정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합동감찰 결과를 '한명숙 구하기'로 규정지으며, '억울하면 재심을 신청하라'고 비판했다.
전날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장)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전임 대검 지휘부 입장에서 볼 때 (감찰 결과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윤 전 총장까지 나서면서, 직전 검찰 지휘부가 일제히 감찰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이) 한명숙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사법 체계를 망가뜨리는 것이 정상인가"라며 "하다 하다 안 되니 요란하기만 하고 알맹이도 없는 감찰 결과로 ‘한명숙 구하기’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도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봐 전원합의체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유죄판결을 확정했다"며 "현 정권 주도로 진행된 감찰에서도 수사과정에서 불법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그렇게 억울하다면 재심을 신청하면 된다"며 "현 정권은 '우리 힘이 더 세니 대법원 판결 따위는 무시하고 우리 편만 살릴 거다, 너희들이 뭐 어쩔 건데' 식의 태도로 일관한다"고 일갈했다.
이를 두고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의 가세로 감찰결과가 정치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 편, 너희 편 언급으로 검찰 내부도 양쪽으로 갈리는 듯하다"며 "정작 검찰 수사관행과 관련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증인 협박' 논란도 추가됐다. TV조선은 전날 한 전 총리 재판의 검찰 측 증인이던 A씨가 지난해 11월 대검 감찰부 참고인 조사에서 위증교사 의혹을 부인하자 임 담당관이 진술을 강요하고 구속을 언급하는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임 담당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TV조선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임 담당관은 "오래도록 인내하며 언론의 책임을 돌아봐주십사 여러 차례 호소해왔고 제 가족의 고통이 임계점에 이르러 이제는 관련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8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3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됐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한 전 대표가 1심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진술을 번복했어도 신빙성이 있다"며 1심을 뒤집고 유죄 판결했다. 대법원 또한 금융 자료 등 다른 증거가 있다며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후 지난해 4월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재소자들에게 검사들이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는 당시 수사팀이 재소자들에게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연습시키고 위증을 하게 했다는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이 사건 조사를 지시했지만 윤 전 총장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해 논란이 일었다. 추 전 장관은 다시 이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 맡겼고, 지난해 9월 임 담당관이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선임돼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임 담당관 모해위증 혐의로 재소자 증인들을 입건하겠다는 결재를 올렸지만 대검이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사흘 뒤 증거부족을 이유로 사건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박 장관은 재심의를 지시했고 대검은 재차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합동감찰 결과에서 대검 인권부 재배당 시도, 주임검사 지정 등을 통해 조사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기록이 방대하고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조사해온 검사를 갑자기 교체해 소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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