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합동감찰 결과…'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즉시 개정
[더팩트ㅣ박나영, 김세정 기자]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이 확인됐다는 법무부·대검찰청의 합동감찰 결과가 나왔다. 앞서 대검이 사건 관련자들을 불기소 처분한 것을 뒤집은 것인데, 법무부는 이번 감찰을 계기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등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방침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전 11시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7층 대회의실에서 지난 4개월 여간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함께 진행해온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했다.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부적절' 처리..."檢수사 불신 야기"
법무부·대검이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감찰한 결과 이 사건 처리과정에 수용자 반복 소환, 수사 협조자에 대한 부적절한 편의 제공 등 부적절한 수사 관행과 재배당을 통한 조사혼선, 내부 반대의견 묵살 등 '제 식구 감싸기' 정황이 확인됐다. 이로써 검찰의 직접 수사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이 사건은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재소자들에게 검사들이 허위 증언을 사주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고(故)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는 당시 수사팀이 재소자들에게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허위 증언을 연습시키고 위증을 하게 했다는 진정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이 사건을 맡겼고, 지난해 9월 임은정 부장검사(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선임돼 조사를 벌였다.
임 부장검사는 모해위증 혐의로 재소자 증인들을 입건하겠다는 결재를 올렸지만 대검은 지난 3월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사흘 뒤 증거부족을 이유로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수사지휘와 함께 수사 당시 위법·부당한 수사관행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개선방안을 찾으라는 합동감찰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조남관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은 6명의 전국 고검장들까지 참여시킨 회의를 통해 재차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합동감찰 결과 한 전 총리 수사팀이 고 한 대표와 동료 재소자들을 총 100회 이상 불러 증언 연습을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한 전 총리에게 유리한 진술은 듣고도 기록하지 않고 협조하는 재소자에게는 부적절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증언을 왜곡해 객관 의무를 위반했다는 평가다.
모해위증 교사 의혹 민원이 제기된 후에도 검찰은 대검 인권부 재배당 시도, 주임검사 지정 등을 통해 조사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서 대검 감찰부로 이첩한 민원을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이례적으로 인권부 재배당을 시도하고 이 과정에 내부 반대의견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기록이 방대하고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욕적으로 조사해온 검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함으로써 조사 혼선 및 소위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다만 박 장관은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나 처벌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를 벌 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라 이번 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 검찰이 과거와 단절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검찰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악의적 피의사실 유출 엄단"…'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구체화
법무부는 이번 감찰을 계기로 피의사실 유출을 방지하고 이를 엄단하기 위해 이의제기권, 인권보호관 조사, 필요적 감찰제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특히 "공보관이 아닌 사람이 수사의 초·중기에 수사의 본질적 내용을 수사동력 확보를 위해 여론몰이식으로 흘리는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법무부는 우선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개정해 피의사실 공표의 '예외적 허용 요건'을 명확·구체화 하기로 했다. 2019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수사정보의 연이은 유출로 사문화했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다.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가 있는 상황에서 사건관계인, 검사 등의 인권을 침해하는 등의 오보가 나와 그 진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한다. 또 전기통신 금융사기, 감염법 예방법 위반 등 범죄로 인한 피해의 급속한 확산 또는 동종 범죄의 발생이 우려되거나 형사사건공개 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에도 허용된다.
예외적으로 허용된 경우 외에 피의사실 공표 행위가 있을 경우 각급 검찰청 인권보호관이 진상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보호관은 수사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또는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진상조사 결과 수사팀의 범죄 혐의가 발견되거나 비위가 의심될 경우 수사나 감찰을 의뢰할 수도 있다.
법무부는 또 재판 신문에 대비하기 위한 검사의 증인 사전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면담내용 기록도 의무적으로 보존하도록 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사건 배당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관할'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배당받은 검찰청 소속 검사들로 수사팀을 구성하도록 했다. 박 장관은 "검사 비위가 사소한 절차 위반이나 경미한 실수로 취급되는 등 변질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내에서의 사건 배당 시 혹은 대검에서 일선청으로의 사건 배당 시 일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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