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1주기…김재련 "며칠 동안 잠들지 못한 그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9일 피해자의 심경을 전했다. 2020년 7월 22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 변호사. /남용희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하며 여성계 인사 비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를 맞아 해당 성폭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자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또 최근 야당이 제기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권력형 성 비위 문제에 안일했던 '여성계 인사'를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 일부를 전했다.

그는 "어제는 고소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여보세요'라며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목소리에 눈물이 가득 들어 있다. '울다가 전화 받았어요?'라고 묻자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를 연발하며 나를 안심시키는 그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잠이 안 와도 자야 한다고… 허공에 사라질 연기 같은 말들을 전화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아이들 돌보는 일로 분주한 내 등 뒤에서 이모님이 한 말씀 하시는데 맞는 말씀이셨다. '가해자는 나랏돈으로 성대하게 장례식까지 치러주면서 피해자는 왜 나라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아요, 대한민국 이상한 나라 같아요'라고 말이다"라며 "맞다, 대한민국 참 이상한 나라다. 나라만 이상한 게 아니고 사람들도 이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은 인권,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여야, 진보, 보수의 입장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 성폭력 관련 주요 사건을 보면 진영논리에 따라 피해자가 영웅이 되기도 하고 살인녀로 매도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시장 시건에 침묵하고 자신을 공격했던 '여성계 인사'들을 비판했다.

그는 또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에 반대하면서도 여성계 인사들의 역할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가치를 지향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부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가부 무용의 주장에 기름을 부은 여성계 인사들이 있음에는 동의한다"며 "그들의 권력화가 결국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성폭력 이슈에 씌워진 정치적 진영의 장막을 걷어치워라. 당신들의 지금 모습이 부끄럽다고 여겨진다면 지금이라도 그 지긋한 장막을 걷어치우는 일에 앞장서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법당에선 박 전 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 등 유가족과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약 40분가량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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