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예결위 가결…본회의 찬성률도 64% 그쳐
[더팩트|이진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을 담은 추경 예산안이 진통 끝에 통과됐다. 대표 공약인 교육 플랫폼 사업 '서울런'(가칭) 예산은 삭감됐지만 일단 물꼬를 텄다.
서울시의회는 2일 제301회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추경안)을 가결했다. 추경안에는 '서울런'과 스마트워치를 통한 건강 관리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이 담겼다.
앞서 시의회 110석 중 101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반대하면서 역점사업은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 전액 삭감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구성원도 의원 33명 중 30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내부 진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예결위는 본회의 개최 3시간 전에 마지막 회의를 열어 서울런 예산 58억 원 중 교육 플랫폼 구축사업에서 18억3500만 원, 온라인 콘텐츠 지원사업 예산에서 4억 원을 깎아 36억 원으로 가결했다.
투표 직전까지도 진통은 계속됐다. 송재혁 예결위원장은 정례회 본회의 투표를 앞두고 "예결위는 예비심사와 시정질문 과정에서 지적된 오 시장의 역점사업에 대해 깊은 논의와 조정 과정을 거쳤다"며 "서울시와 상생,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대의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 또한 예결위 의결 취지를 진심으로 검토해 의회와 협력하는 방안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의당 소속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신청해 수정된 추경안에 대한 반대표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담아야 할 예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예산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상 본회의 투표는 예결위 심의 결과를 존중하는 쪽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추경안은 본회의 표결 결과 재석 의원 83명 중 찬성 58명, 반대 23명, 기권 2명으로 집계됐다. 재석 의원 기준 찬성 의견은 64%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낮은 찬성률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본회의 마지막 오 시장을 향해 "오 시장의 공약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며 "시장님과 공무원들도 의원들이 주민과 약속한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협치하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런 일부 예산이 일부 삭감됐으나 안도하는 표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며 "당초 에듀테크란 기술을 구축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했으나 당장은 어렵게 됐다. 하지만 통과된 예산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내년 본 예산결의에서 남은 비용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서울런을 반대한 시의회 의원들은 이 사업이 기존 온라인 강의와 다를 게 없고 사교육을 조장할 뿐 아니라 서울교육청 업무 침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에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채유미 서울시의원(민주당·노원5)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교육은 교육청과 교육감에게 맡겨야 한다"며 "시의 역할이 직접 교육이어서 안된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EBS, 서울교육청과 중복되는 사업은 없는지, 공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논란이 있다"며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사교육 시장에 예산을 들여 공공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채 의원에 따르면 '서울런'과 비슷한 강남구 인터넷 수능방송 수강률은 4%이며 고등학생은 2%도 되지 않는다.
이날 서울시가 제출한 4조24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은 당초 예산보다 약 213억 원 줄어든 4조2200억 원 규모로 편성됐다. 추경안 포함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44조7000억 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