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및 가정·학교폭력 담당…법제도 보완 시급
[더팩트|이진하 기자] 자치경찰 시대가 개막했다. 국가경찰이 출범한 지 76년 만에 맞는 가장 큰 변화다. 자치경찰제가 정착되면 각종 치안과 행정 절차가 간소화되고 지역별 맞춤형 치안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역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우려되기도 한다.
1일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17개 광역 자치단체에 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됐다. 중앙에 집중되던 경찰력이 분산되면서 주민과 밀접한 생활안전, 가정·학교폭력, 교통, 경비 등 다양한 사무를 자치경찰이 맡게 된다.
7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각 시·도 소속 합의체 행정기관이다. 자치경찰 정책 수립과 인사·감사·예산 등 주요 행정사무, 국가경찰 사무와 협력과 조정 등을 총괄한다.
◆ 지역별 맞춤 치안 서비스·간소화되는 행정절차 '기대'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각 지역의 자치경찰은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예고했다. 서울 자치경찰은 4월에 발생한 한강공원 내 사망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 빈번해진 취식·음주 사건 증가에 따른 '한강공원 안전관리'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른 '아동학대 대응' 강화를 위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부산은 해수욕장 치안·관광단지 교통대책을 내놓았다. 대전은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체계 고도화, 광주는 어린이 교통안전 종합대책, 충남은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개소 등 각 지역별 주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치안과 관련된 예산 심사 절차가 대폭 축소돼 주민 요구가 이전보다 빠르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예산 심의권은 지자체에, 설치 권한은 경찰에게 있는 이원화 구조라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지자체가 직접 예산을 편성·집행하게 되면서 향후 관련 절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체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시스템으로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문제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맞춤형 치안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절차상 과정도 간소화 되면서 문제 해결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치적 편향성·재정자립도에 따른 서비스 격차 '우려'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지역별 재정자립도에 따른 서비스 격차 등 우려도 적지 않다.
지자체가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이나 시도의회 등 지역 인사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찰과 지역 토착 세력 간 유착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자치경찰위원회를 감시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편향성"이라며 "지자체장은 결국 정치인인데 정치인 밑에 경찰을 두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비슷한 사안도 다르게 대처할 수 있다"면서도 "상식에서 어긋나는 상황이 되면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의 견제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자립도에 따른 지역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는 강북과 강남의 재정자립 격차가 커 지역별로 뽑을 수 있는 자치경찰의 규모 또한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서울 내에서도 강남·서초와 강북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월등히 차이가 났다"며 "지역구별 경찰을 뽑을 수 있는 규모를 살펴보니 강남과 서초는 약 300명, 강북은 50~10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 자치단체별 치안서비스 격차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국가의 간섭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자치경찰 취지에서 벗어나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경찰청장에 인사·감사권…"반드시 찾아와야"
아직 정비가 필요한 관련 법·제도도 많다. 적어도 올해 안에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로서는 자치단체가 자치경찰위원회를 상대로 인사권과 감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 경찰청장에게 인사권과 감사권이 위임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권한을 가져와야 진정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임준태 교수는 "첫 시행된 자치경찰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업무 분장이 칼로 무 자르듯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 경험을 토대로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