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시민단체 간부 "단순한 의견 개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지난해 총선 당시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 선거사무실 부근에서 '친일 정치인 청산' 캠페인을 벌였다가 기소된 시민 측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3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시민단체 '겨레하나' 정책국장 이하나 씨와 대외협력부장 노모 씨, 총무부장 이모 씨, 운영위원장 권모 씨, 회원 임모 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국장 등의 변호인 양홍석 변호사는 "(공소사실과 같은) 캠페인을 벌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캠페인을 진행했고 총선 전부터 친일 청산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할 고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는 이들을 고발한 전 동작구 선관위 관계자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당시 지도계장으로 근무했던 김모 씨는 "피고인들이 나 전 후보 선거사무실·유세 장소 주변이나 이수역, 사당역 부근에서 '사사건건 아베 편 친일 정치인 필요 없다'는 피켓과 현수막, 배너를 게시하고 관련 서명운동을 벌여서 결국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경찰의 협조 요청으로 캠페인 진행 상황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서에서 여러 차례 이런 행위(캠페인)가 있으니 봐달라는 협조 요청이 와 공정선거지원단을 보내 상황을 파악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를 안내했는데도 (캠페인이) 두세 차례 반복돼 서울시에 보고하고 고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국장 등이 선거 전부터 친일 청산 활동을 해온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의 단체가 평소 어떤 활동을 했는지 확인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김 씨는 "사건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 앞서 이 국장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캠페인 중 나 전 후보를 명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라고 항변했다. 김 씨 역시 '동작구 선관위는 피고인들이 규탄한 친일 정치인을 나 전 후보라고 판단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랬다"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변호인은 나 전 후보 측에서 해당 캠페인을 문제 삼았는지도 추궁했다. 김 씨는 "저희 지도계 단속반만 동작구에 나와 있고 동작구 선관위는 영등포에 있다. (나 전 후보 사무실 관계자가) 저희를 찾아온 건 아니고 영등포 국장실을 방문한 걸로 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3월 19일 오후 7시 5분께 나 전 후보 캠프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문자로 경찰에 신고하고 동작구 선관위 관계자가 캠페인 현장에 방문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했다.
이 국장 등은 지난해 총선 때 서울 동작구 이수역·사당역 부근에서 '친일 정치인 불매운동', '친일청산 4대 입법' 캠페인을 진행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일 정치인을 청산하자며 시민들에게 서명을 권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동작구에서 주로 활동한 이유는 현충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나 전 후보의 선거사무실이나 유세 장소 근처에서 비슷한 취지의 광고물을 게시하거나 피켓을 들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있다.
검찰은 '과거 나 전 후보가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여했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두고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점을 빌미로 나 전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을 구성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9월 7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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