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따라 회피했어야"…의혹 제기는 "근거있었다" 주장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고 주장해 기소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측이 첫 재판에서 검찰 수사 자체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취지에 맞게 검찰이 수사를 회피했어야 했는데 굳이 직접 수사를 택했다며 의문을 드러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지상목 부장판사는 22일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 이사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유 이사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유 이사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검찰은 부패·공직자·경제·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 등 6대 범죄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유 이사장 측은 이번 사건이 검찰의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수사와 공소제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유 이사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자 검찰은 사건을 서부지검에 보내고 지난 5월3일 유 이사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에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에서 수사를 해왔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과는 관련 없는 사건이라고 주장했지만 유 이사장 측은 "실제 수사가 개시된 것은 올해 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명예훼손 범죄는 검찰이 수사권이 없는 상태였다. 2020년에 고발·고소된 사건도 검찰은 경찰로 이송 조치를 했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 때문에 몸살 앓는다'는 내용도 보도됐다"며 "법령상 검찰이 타관 이송의 의무가 있는 사건이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서 공소제기를 했기 때문에 공소제기 절차가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지난 2월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 경찰로부터도 조사 요청을 받았다. 유 이사장 측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는데 왜 또 받아야 하냐'고 묻자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검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권조정 취지에 맞게 검찰이 수사를 회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수사권조정 취지 자체는 검사 관련 사건을 검찰이 처리하는 게 공정하고 적절하지 못한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현직 고위 검사(한동훈 검사장)"라며 "수사권 조정에 따른다면 오히려 검찰에서 수사를 자제하고 회피해야 할 사건이다. 굳이 다른 명예훼손 사건과 달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한 것이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검찰의 공소내용에 포함된 명예훼손 발언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실 적시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알게 된 사실을 밝히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아니다. 설령 적시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이 추측이나 의견을 말한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 이사장의 발언 대상이 한동훈 검사장이 아닌 검찰을 겨냥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변호인은 " 피고인의 발언 취지는 국가기관인 검찰에 대한 것이지 피해자 개인에 대한 비방 취지는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유 이사장이 지난해 7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장이 있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며 기소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월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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