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인 이른바 '프로젝트 G'를 작성한 전 삼성증권 직원이 이재용 부회장 개인이 아닌 삼성 그룹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방안을 고려한 문건이라는 검찰 공소사실과는 결이 다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 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 팀장 한모 씨에 대한 변호인 측 반대신문이 본격화됐다. 한 씨 증인신문은 지난달 7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한 씨는 프로젝트 G 문건이 이재용 부회장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문건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문건이라는 설명이다. 또 기업이 정부 방침을 준수하면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은 삼성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도 다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 '수단'으로 조사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역시 적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지분이 매우 취약해 해외 주주의 공격 대상이 되는 등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이유다.

한 씨는 "삼성그룹사 가운데 지분율이 낮은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물산이었다"며 "지분율이 낮아도 주주들의 서포트를 받는다면 원칙적으로 큰 문제 없겠지만 경영 상황이란 게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회사 비전이나 성과에 집중하지 않고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시세차익에 집중해 끝내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판단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한 씨는 "그룹 지분이 상당 수준으로 낮아지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며 "지분율이 낮을수록 외국 펀드의 공격을 받을 확률도 높다. 실제로 2015년 엘리엇 메니지먼트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은 새로 제출된 변호인 측 증거자료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할 증인신문 관련 증거자료를 재판 직전에야 검찰 측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무리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라도 오늘 제시할 서류를 아침에 주고 의견을 내라 하느냐"며 "이렇게 예민하고 중요한 재판에서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언론 기사나 공개자료"라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오늘 아침까지 왜 안 줬느냐"며 캐물었고 변호인도 곧바로 "증인신문 때 제시할 증거를 미리 달라는 거냐"며 받아쳐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저희는 증인신문 전 제시할 자료를 미리 드리고 의견도 여쭸다"며 "언론 기사나 공시된 자료라면 특별히 이의제기할 건 없지만 이렇게 주시면 현장에서 공시 여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변론 전략 노출을 우려하는 건 이해되지만 의견을 낼 실질적 시간을 달라는 것도 무리한 요청이냐"고 불만스러워 했다.

이에 변호인은 "반대신문에 제시할 증거를 전날 드리는 건 무리"라면서도 "준비되는 대로 당일 아침에 미리 주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 역시 "재주신문에 충분히 반박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렇게 하시더라도 변호인이 주신문에 사용할 자료를 신문 직전에 제출해 검찰이 이의를 제기했고 향후 반복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공판 조서에) 기록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부회장 등의 다음 공판은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ilrao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