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거운동 관련성 없어도 정당화 안 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정치자금을 자신이 소속된 단체에 기부한 혐의를 받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기식 전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기식 전 원장은 20대 총선 공천에 탈락한 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갈 무렵인 2016년 5월 자신이 소속됐던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에 정치자금 5000만원을 기부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정치자금법 2조 3항은 정치자금은 정치활동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1심은 김 전 원장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유죄 판단은 그대로지만 벌금 200만원으로 형을 낮췄다.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대로 김 전 원장의 기부행위가 정치자금을 부정한 용도로 지출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기부액 5000만원은 자신이 내던 회비 범위를 현저하게 넘는 것으로 공직선거법이 허용하는 의례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전 원장은 더좋은미래에 회비 월 20만원(가입비 1000만원)을 내왔다. 선거법 112조 2항은 친목단체나 사회단체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 안에서 회부를 납부하는 행위는 기부로 인정해준다.
대법원은 "기부행위에 선거운동 목적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거나 선거와 관련성이 적다고 해도 위법성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5000만원은 김 전 원장이 당시 더좋은미래에 기부하지 않았다면 정당에 반환했어야 할 자금이다. 대법원은 "반환 절차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법상 허용되지 않는 기부행위를 정치활동 목적으로 공정하게 지출됐다거나 사회상규·신의성실에 합치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영돼야 하며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선거와 무관하고 사적인 술값, 밥값도 아니며 당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정치모임에 정책 개발과 연구를 위해 기금을 출연한 것이 정치자금의 목적을 위반한 부당한 지출이라면 어떤 지출이 정당한가"라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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