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비선실세와 비교말라"…보석 심문도 같이 열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이 항소심에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와 이명박 정부 당시 '영포라인'을 거론하며 인사에 위법함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정총령·조은래 부장판사)는 4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 전 장관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출석했다. 구속 전보다 수척한 모습이었다.
김 전 장관 측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 당연히 추진해야 할 인사였다고 항변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검찰에서는 후임자 임명 과정에서 '내 편' 임명을 위해 지원했다는 프레임을 짠 것으로 보이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영포라인이 있었고 박근혜 정부 때는 비선실세가 있었다"며 "이때 임명된 임원들과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임원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추진해야 할 인사"라며 "'물갈이'라는 의미도 분명치 않은 낙인찍기를 유죄의 논거로 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표 요구 등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사직서를 직접 요구한 적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공소사실 속 문건 작성에도 피고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직서 제출자들 증언을 보면 (사표를 제출할) 제각각 복합적이고 다양한 동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검찰 역시 1심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건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심은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내정자에게 좋은 점수를 부여한 혐의 △환경부 산하기관 상임강사를 상대로 '표적 감사'를 벌여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각각 점수 부여는 담당자의 권한이고, 장관에게 상임감사에 대한 해임을 권유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내정자가 서류에서 탈락한 뒤 담당자는 반성문 형식 소명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은 좌천되기도 했다"라며 "환경부 내 피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내정자를 탈락시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내정자에 대한 최고점수 부여는 피고인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김 전 장관에게 권한이 없다는 1심 판단은) 국민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1심은 상임감사에 해임을 권유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 판례상 감사 권한이 있는 환경부 장관의 일반적 권한에 (해임 권유 권한이) 속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신 전 비서관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도 너무 가볍다고 했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에게) 징역 5년의 구형에도 지나치게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며 "신 전 비서관은 인사를 좌우할 권한이 있고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을 총괄함에도 '결정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고, 원심은 이를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불법적이고 부당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해서라도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장관이 청구한 보석 심문 절차도 진행됐다. 직접 발언할 기회를 얻은 김 전 장관은 "저는 정당하게 법원 판단을 받을 생각"이라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구속 기간에 건강이 악화된 점도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검찰은 "1심의 법정구속 사유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라며 "사정 변경이 없고 도주 우려가 크다"라며 보석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2017년 12월~2018년 1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강요하고 이 가운데 13명에게 사표를 내게 한 혐의 등으로 2019년 4월 불구속기소 됐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지난 2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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