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권리 침해" 유승준에 판사 "외국인도 대상 되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측이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낸 두 번째 소송의 첫 재판에서 미국 영주권자로서 시민권을 취득한 것뿐 병역면탈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2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2012 MAMA)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 씨의 모습. /이새롬 기자

LA 총영사 상대 여권 발급거부 취소소송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측이 한국 입국 비자를 발급해달라며 낸 두 번째 소송의 첫 재판에서 미국 영주권자로서 시민권을 취득한 것일 뿐 병역면탈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유 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행정소송은 당사자 출석 없이 심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리인들만 법정에 나왔다.

유 씨 측 대리인단은 유 씨의 입국이 20여 년 째 금지된 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리인단은 "이 사안은 적법한 사유로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병역 의무를 면한 것"이라며 "국적 취득을 이유로 병역을 면했다는 이유로 입국 금지를 내린 건 이 경우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씨의 행위는) 병역면탈이 아니라 이미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이 절차에 따라 시민권 취득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 씨 측은 "대법원은 (유 씨의 비자 발급 건에 대해) 총영사관의 재량권이 행사돼야 한다며 애써 기준과 방침까지 명시적으로 판단했는데, LA 총영사관은 취지를 무시한 채 재량권 행사를 했다며 또다시 거부처분 했다"며 "국가안전 보장과 공공복리, 질서유지, 외교 관계라는 추상적 사유로 거부 처분한 것 자체로도 '추상적인 규정은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기존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LA 총영사관이 재량권 행사 없이 과거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만을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경우에도 5년간 입국 제한을 받는 점 △한국 남성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한국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는 조건 아래 재외 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리인단은 "피고 측이 계속 말하는 (유 씨 입국을 허용하면) 논란이 있다, 문제가 있다는 부분도 원인과 결과가 바뀌었다. 20년이 다 돼 가는 시간 동안 여론을 격화시키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20년 동안 이렇게 해야 할(입국 금지해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요즘 세대가) 유 씨 노래는 몰라도 유 씨가 병역기피자인 건 다 알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유 씨가 병역을 면한 것보다 장기간 입국 금지한 처분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유승준이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이에 LA 총영사관 측 대리인은 "원고 측은 대법원이 사증을 발급하라고 총영사관 측에 실질적으로 명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법부가 행정부를 상태로 어떤 처분을 명하는 구조는 권력분립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애초 판결 취지 역시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하라는 것으로 사증 발급을 명하는 취지의 내용은 없었다"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입국 금지 이후 긴 시간이 흘렀다는 사정만으로 비자발급 거부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비자 발급은 사회적 파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도 유 씨의 사회적 논란이 크다는 건 부동의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LA 총영사관 측은 "병역회피 목적으로 국적 이탈한 사람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하고 있다"라며 "유 씨에게만 유독 가혹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측 변론을 들은 재판부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서, 미국 국적인 유 씨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유 씨 측에게 명령했다. 또 유 씨 측이 입국해야 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혀달라고 했다.

LA 총영사관 측에도 "병역기피 이유로 입국 금지된 사례, 비자발급이 거부된 사례가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이후에는 입국을 제한하지 않도록 규정한 재외동포법 조항과 이 사건 사이 관련성을 설명해달라고도 했다.

유 씨는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하던 중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이후 유 씨는 재외 동포 입국 비자로 입국을 시켜달라고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거부됐고, 이에 2015년 행정소송을 내 지난해 3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유 씨는 승소 판결이 확정된 뒤 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또다시 거부됐다. 외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재량권을 행사한 결과 거부처분을 내린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유 씨는 지난해 10월 다시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 발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이 사건 행정소송을 냈다.

이 사건 다음 재판은 8월 26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ilra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