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교화 가능성도 고려…방청객 한숨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미성년자를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받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3년 감형된 징역 42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다.
서울고법 형사9부(문광섭 부장판사)는 1일 오후 2시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조 씨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전자장치 부착 30년, 1억 828만 원가량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돈을 벌기 위해 박사방 조직이라는 전무후무한 성 착취 범죄집단을 조직해 피해자를 유인·협박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배포했다. 역할을 분담해 수많은 가해자를 양산하고 피해자의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엄벌과 일벌백계의 목소리가 높고 피고인 스스로 진지하게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장기간 수형을 통한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인 아버지의 노력으로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피해자 합의 사실을 낭독하자 대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석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조 씨의 아버지는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조 씨가 직접 작성한 반성문을 공개했다.
조 씨는 반성문에서 "처음엔 세상의 손가락질이 무서워 그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제가 어렴풋이 보였다"며 "죄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욕심에 취해 양심을 등진 결과인 제 죄의 무게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씨는 "앞으로 매일을 재판받는 심정으로 살아가겠다. 법적인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는데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움만 많이 베풀며 살아온 과거가 참 많이 후회된다. 염치없지만 모두가 행복하길 기도하겠다"고 했다.
조 씨는 2019년 8월~2020년 2월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에서 판매·배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직원들과 함께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할 목적으로 '박사방'이라는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박사방을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인정하고, 조 씨에게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범죄수익금 1억 600만 원을 추징하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출입도 제한했다. 또 조 씨는 박사방 범죄로 약 1억 800만 원의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조 씨와 검찰은 각각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항소심에서는 성범죄와 범죄수익은닉죄 재판이 병합돼 심리가 진행돼 왔다.
지난달 4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범죄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고 재범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판결이 부당하다며 진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조 씨에게 원심 구형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최종변론에서 "(1심 판결은) 다른 흉악 범죄에 비춰볼 때 전례 없는 높은 형량"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피해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렸다"라고 강조했다.
조 씨는 최후진술에서 "이 법이 저를 혼내주기를 마땅히 바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법 앞에 기회를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며 "이 기회는 저 자신의 욕심을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제가 악인의 전례로 남는 게 아니라 반성의 전례로 남을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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