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날 아내 기소, 망치로 뒤통수 맞은 느낌"

31일 출간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는 2019년 10월 장관 사임 뒤 후보자 지명 무렵부터 참아온 눈물이 터졌다는 기억, 같은 해 12월 수의를 입은 채 독방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를 대기할 때의 심경 등이 담겼다. /한길사 제공

1일 출간 회고록 보니…"수의 입고 영장 대기할 때 참담한 심정"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9월 청문회 당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기소 소식을 듣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정 교수 기소가 발표되기 전 야당에 이미 전달됐다는 의구심도 보였다.

조 전 장관은 1일 출간된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고록에는 2019년 10월 장관 사임 뒤 후보자 지명 무렵부터 참아온 눈물이 터졌다는 기억, 같은 해 12월 수의를 입은 채 독방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 결과를 대기할 때의 심경 등이 담겼다.

◆아내 기소 '망치로 맞은 느낌'…동생은 "고향에서 못 살겠다"

검찰은 2019년 9월 6일 늦은 밤 배우자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의혹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이날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날이었다. 정 교수에게 적용된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 7년이 끝나기 날이기도 했다. 기소 직전 조 전 장관은 배우자 기소 여부에 관한 야당 의원의 질의가 쏟아지자 "아직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미리 예단하는 건 맞지 않다"고 일관했다. 그러나 청문회 도중 기소 소식을 접한 뒤 "피의자 소환 조사 없이 기소한 건 아쉽지만 검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회고록에서 조 전 장관은 당시 심경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검찰은 (2019년) 8월 27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한 데 이어, 인사청문회의 대미를 후보 배우자 기소로 마무리한 것"이라고 당시 기억을 상기했다. 또 기소가 임박한 오후 10시 50분께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던 여상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배우자가 기소된 분이 법무부 장관이 되겠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했다며 "관련 정보가 야당 의원들간에 사전에 전달된 느낌이었다. 이상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수사 대상이 된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특히 웅동학원 관련 비리로 수사대상이 된 동생 조모 씨를 두고 "평소 체력이 강건했지만 검찰의 집중 조사에 맥없이 나가떨어졌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검찰은 조 씨가 잠시 머물고 있던 서울 호텔 방을 급습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 씨의 사업 동료는 물론 운동을 같이하던 지인 등 20여 명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동생의 집, 사무실, 오피스텔 등을 다 압수수색했는데 또 무슨 압수수색이 필요했을까 싶다"며 "동생은 멀쩡했던 치아가 여덟 개나 빠지고 사회적 네트워크도 다 단절돼 버렸다. (교도소) 출소 뒤 동생은 눈물을 흘리며 '형, 나는 이제 평생 살았던 부산 바닥에서 못살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2월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靑 감찰 무마' 구속영장…"수의 입고 대기, 참담한 심정"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당시 부산 경제부시장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 사안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2019년 12월 2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렸다. 법원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4시간 20분 동안 심사한 뒤, 다음날 오전 12시 55분께 "구속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전 장관은 심문이 끝난 뒤 동부구치소에 입감돼 결과를 기다렸다. 그는 하늘색 수감자용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하얀 고무신을 신은 채 독방에서 대기했다고 밝혔다. 28년 전 울산대 교수 시절 이른바 '사노맹' 사건으로 옥고를 겪은 그는 "1993년 검찰은 극우 보수적 정치관으로 무장한 채 체제의 수호자로 민주화운동 세력은 탄압하는 선봉에 서있었다면, 2019년 검찰은 조직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언론과 야당과 손잡고 문재인 정부의 싸움을 전개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조 전 장관은 "얼마 전 교정 업무 최고 책임자였던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 교정직원들의 표정도 묘했다"며 "법원을 떠날 때 변호인들이 '기각될 거라고 본다. 힘내라'고 말해줬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답답한 시간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0월 14일 사의를 밝힌 뒤 과천 법무부 청사를 떠나 서울 방배동 자택에 들어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사퇴 날 터진 눈물…"檢 직원 처우 해결 못 해 아쉽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10월 14일 사퇴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배우자가 검찰 조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은 어떤 일을 추진해도 진실성이 전달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수사 대상이 된 가족을 이제는 돌봐야할 시간이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왔는데 몇 분이 내게 작별 인사를 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장관 후보 지명 후 꾹 참고 있던 나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장관 재임 시절 수행한 일 가운데 가장 보람찬 사안으로는 검찰에 대한 감찰 기능 강화를 꼽았다. 이는 2019년 10월 8일 취임 한 달을 맞아 브리핑한 내용 중 하나로 법무부 감찰관실·대검찰청 감찰본부의 활동 활성화가 골자다. 조 전 장관은 후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술 접대 의혹' 검사에 대한 법무부 직접 감찰을 지시하도록 초석을 마련했다며 "검찰 내부 비리가 쉬쉬하며 묻히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보람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다만 일선 검사와 검찰청 직원의 처우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검사 외 검찰 직원들과 대화 자리에서 처우 불만이 직설적으로 나왔다. 평검사, 검찰 직원들과 대화에서 나온 제안·고언은 모두 노트에 적었지만 실현할 수가 없게 돼 아쉬웠다"며 "후임 장관님들이 해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의 회고록은 27일 온라인 서점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등 오프라인 서점에도 이날 입고됐다. 조 전 장관은 "이 책을 쓴 것은 제가 정치 활동을 하기 위함도 아니고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함도 아니다.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확히 기록함과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한 최소한의 해명과 소명을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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