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사 공 넘겨받은 김오수…시작부터 '중립성' 시험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이선화 기자

'월성원전' '김학의 출금' 핵심 피의자 기소 판단 떠안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청와대의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검찰이 수사 중이던 주요 사건 처리도 사실상 김 후보자가 떠안게 됐다. 청문회에서도 최대 쟁점이었던 정치적 중립성이 취임하자마자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보고한 대전지검에 '이 사건 처리는 후임 총장이 맡는 게 맞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검은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처리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지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 외압 혐의로 재판에 넘긴 이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다. 조남관 총장 대행은 새 총장 취임이 임박한 현 시점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조남관 대행이 정권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직무대행으로서 총장 임명을 눈앞에 두고 결론을 내리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물갈이 인사'와 시기가 겹친 것도 변수였다. 법무부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다음날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하반기 검찰 인사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인사 나누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임영무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사장급 이상 승진·전보 인사 기준 등을 심의하는 인사위 개최를 앞두고 "인사 적체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인사위에서는 검찰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고검장·지검장 구분 없이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조 차장검사를 포함한 대검 고위간부들이 모두 인사 물망에 오른 상황인데다, 인사 전 주요 사건 처리를 후임자에게 넘기는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31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국회가 제출 시한을 넘기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에서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한다. 이 기한까지 보고서를 받지 못하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이르면 내달 1일 정식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자가 주요 사건들을 넘겨 받더라도 수사내용을 파악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와 야권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상황에서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은 기소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자신의 기소를 판단해달라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본안에는 가보지도 못 하고 부의심의위 단계에서 기각됐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기소 판단은 검찰이 증거와 논리를 얼마나 보강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은 김 후보자도 얽혀있어 더 복잡하다. 출금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고발된 김 후보자는 검찰 서면조사를 받았다. 청문회에서는 총장이 되더라도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사건은 회피 신청하고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수사팀이 교체될 경우 사건 처리 시기는 더 밀릴 수 있다.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는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과 김학의 사건을 수사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김학의 사건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을 맡고 있는 변필건 중앙지검 형사1부장 모두 상반기 인사에서 유임돼 이번엔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간간부 인사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전에 사건 처리 방향이 정해진다면 수사팀 교체는 변수가 되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bohena@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