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식된 거푸집 옮기다 숨진 노동자…회사는 벌금 5백만원

안전대책 없이 작업하게 해 사망사고를 초래한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더팩트DB

법원 "산재 예방 못 해 피해자 사망"…현장소장은 집행유예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부식된 거푸집(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일시 설치하는 구조물)을 안전점검을 없이 끌어올리라고 지시해 인명피해를 부른 현장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으로 회사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21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건설회사 현장소장 A 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서울 모처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A 씨는 지난해 3월 작업순서와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50대 인부 B씨와 C씨에게 '6층에 설치된 거푸집을 공사 현장 옥상(7층)으로 인양하라'고 지시했다.

B 씨 등이 작업한 거푸집과 철선 등은 이미 부식된 상태였으나 전혀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들은 작업하던 거푸집은 측면이 파손되면서 인양하던 호이스트(소형 화물을 옮기는 장치)와 함께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호이스트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C 씨 역시 지상 1층으로 추락하며 무릎 인대파열 등의 부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노동자의 안전·보건 관리를 해야 할 현장소장인 A 씨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A 씨 소속 건설회사 역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양벌규정이란 위법행위를 한 행위자를 처벌하면서 행위자의 업무 주체인 법인이나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상 주의를 다하지 않은 잘못을 저질러 피해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뒤늦게나마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사망한 피해자 B 씨의 유족, 상해를 입은 피해자 C 씨와 합의해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벌금형을 넘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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