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헬멧 의무화? 차라리 안 타"…따릉이 '데자뷔'

만 16세 이상만 취득할 수 있는 제2동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이상의 운전면허증 보유자만 전동 킥보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1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에 헬멧이 부착된 전동 킥보드가 놓여있다. /남용희 기자

따릉이 의무화때 이용률 3%…PM 규제 강해지자 이용률 급감

[더팩트|이진하 기자] 전동 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의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시작됐으나 현장에서 실효성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다. 서울시 대표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 헬멧 시범사업처럼 실패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부터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따라 전동 킥보드 등 개인 이동장치를 탈 때는 헬멧을 반드시 써야 한다. 위반하면 2만 원의 범칙금을 낸다. 동승자가 타면 범칙금은 5만 원, 무면허 운전 시 10만 원, 음주 후 이용 시 10만 원, 전조등이나 꼬리등을 켜지 않아도 1만 원의 범칙금을 문다.

개인용 이동장치는 인도를 달릴 수 없고 자전거 도로나 자동차 도로의 가장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규제가 강화된 후 계도기간 한 달 동안은 범칙금을 물리지 않는다.

규제 강화 파장은 적지않다. 일주일 만에 공유 전동 킥보드 이용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A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21일 "규정 강화 후 일주일 정도 이용자 추이를 지켜본 결과 일일 이용자 수가 평균 30% 정도 줄었다"며 "지난 주말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비가 온 것을 감안해도 감소세가 컸다"고 답했다.

B업체는 일일 이용률이 50%가량 급감했다고 밝혔다. C 업체도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감소폭이 크다고 토로했다.

킥보드 헬멧 이용이 의무화되면서 일부 업체는 헬멧을 비치하지만 분실, 파손 등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헬멧 공유는 위생 측면에서 더욱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지역에 헬멧을 공유했으나 위생문제, 분실, 파손 문제가 커서 수거했다"며 "현재 규제가 강화되면서 헬멧을 다시 공유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도 과거 헬멧 사용 의무화를 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번지면서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선화 기자

전동 킥보드의 '진퇴양'난 상황은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떠올리게 한다.

따릉이 역시 2018년 7월부터 8월까지 여의도에서 1차, 9월에는 2차로 상암동까지 확대해 헬멧 대여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그러나 착용률 저조, 헬멧 도난·분실 등으로 약 세 달만에 시범사업을 접었다.

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관계자는 "당시 안전모 착용률은 3.5%로 저조했고, 미회수율이 27.4%였다"며 "시범운영을 하면서 시민 여론조사를 했는데 88%가 헬멧 착용을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안전부도 자전거 헬멧 착용은 강제 규정이지만 단속이나 처벌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시범사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용 이동장치 헬멧 의무화 규정도 따릉이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가 크다. 평균 이용시간이 10분 내외인 개인용 이동장치를 사용하기 위해 상시 헬멧을 휴대하고 다니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치현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학생들에게 헬멧 사용 의무화 의견을 물어보면 쉽게 파악이 된다"며 "헬멧을 강제하면 안 탈 것 같다는 학생이 절반 이상이다. 개인용 이동장치를 타는 경우는 대개 출퇴근, 통학용으로 잠깐씩 타며 교통부담을 줄이는 것인데 헬멧을 매번 들고 다녀야 한다면 오히려 불편하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교통수단 규제가 법제화됐으나 우려는 여전하다"며 "자전거보다 속도가 빠르고 감속조작도 어렵기 때문에 타인과 충돌 위험도 있지만 이용자 개인 사고가 잦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용 이동장치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기계에 제한속도를 20km 이하로 규정하면 오르막길을 오를 수 없다고 해 25km미만으로 속도 제한을 하도록 협의했다. /이선화 기자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개인용 이동수단 사고는 2019년 134건에서 2020년 387건으로 1년 사이 약 3배가량 증가했다.

현재 서울시 내 개인용 이동장치 대여를 운영하는 업체는 14개이며 약 5만3470대가 있다. 또 이 업체들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라서 속도 규제 규정 등을 논의할 뿐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속도 제한은 현재 25km 이하로 정했으나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일각에서 20km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업체 측에서 오르막길을 올라기 위해서는 20km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자전거 도로 혹은 차도를 다니는 개인용 이동장치 자체에 속도 규제도 있어야 하지만 이용자 스스로 자각이 있어야 한다"며 "이용자들을 위한 공공교육부터 이용자가 다쳤을 때 구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구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동장치를 사용할 때 헬멧을 강제하는 것은 안전 때문에 강조되지만 사용자들은 출퇴근, 통근을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머리가 눌리는 것 등의 문제로 헬멧 쓰기를 꺼리기도 한다"며 "공유 업체에서 가볍고 쓰기 좋은 헬맷을 개발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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