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청구권 vs 법률해석·통일…상고제도 개선안 '3파전'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21일 대법원 재판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대법원 제공

대법 주최 토론회…상고심사제·고법 상고부·대법관 증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법원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중간 논의 결과 상고심사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 등 3가지로 방안이 압축됐다.

21일 오후 대법원 주최로 열린 '대법원 재판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상고제 개선방안으로 △상고심사제 △고등법원 상고부-상고심사제 혼합 △대법관 증원 등이 제시됐다.

상고심사제는 대법원이 중요 사건 중심으로 심리하고 나머지는 심사를 통과한 사건만 심리하는 제도다. 상고 사건의 총량을 줄여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을 꾀하는 최고법원 본연의 기능을 되찾자는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상고심 단계에서 사건은 크게 필수심리·권리상고·심사상고로 나뉜다. 필수심리 사건은 사형·무기·10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이나 당선무효, 특허·공정거래 등 2심제 사건을 포함한다. 권리상고 사건은 헌법 위반 여부 판단 등이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상고 신청에 따라 본안 심리에 들어갈지 심사하는 형식은 심사상고 사건이라고 한다.

현재 재판관 4명 씩 3부로 구성된 소부 중심에서 전원합의체 중심으로 재판 운영을 바꾸는 것도 뼈대다. 대법원에 따르면 연 상고사건 4~5만건 중 10~15건 정도만 전원합의체에 오른다. 이에 1심 재판부를 늘리고 중진 법관으로 보강해 사실관계 확정권한을 1심에 집중하고 항소심은 사후심으로서 법률해석 기능을 강화하자는 안이 제시됐다. 하급심을 강화해 상고심에 올라오는 사건을 미리 걸려내면 대법원의 부담이 줄어 전원합의체 중심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인호 상고제도개선특위 위원(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대법원의 기능적 본질은 '당사자 분쟁 해결'이 아니라 '법의 통일성 보장 및 재판의 권위 확보'에 있지만 지금까지 상고제도 개선 방향은 당사자 분쟁 해결을 위해 대법원 업무 부담을 어떻게 분산시킬지에 집중됐다"며 "방향을 전환해 상고사건 총량을 제한하고 대법원 조직을 전원합의체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모델 '고법 상고부-상고심사제' 혼합안

두번째로 주제발표된 고등법원 상고부-상고심사제 혼합안은 독일 사법제도와 가깝다.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과 법령 해석·통일 기능을 조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말 상고제도개선특위가 공개한 국민 및 전문가 인식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상고심사제나 대법원 규모 확대보다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를 가장 선호(44.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형사 사건 경험자는 민사 사건 경험자보다 권리구제 기능과 3심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 상고는 고등법원 상고부로, 민사사건 상고는 상고심사제로 나누자는 제안이다. 이와 비슷한 독일은 형사사건은 고등법원과 연방일반법원이 최종심을 분담하고 민사사건은 상고허가제를 운영한다.

대법원은 사형·징역형이 선고된 형사사건과 당선무효 선거 사건을 중심으로 재판하고 고등법원 형사상고부는 나머지 사건을 중심으로 재판하자는 게 '혼합안'의 얼개다. 1심 단독판사 관할은 고등법원 형사상고부, 1심 합의부 관할은 대법원을 중심으로 한다는 방안도 있다.

대법원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중간 논의 결과 상고심사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 등 3가지로 개선방안이 압축됐다./ 대법원 제공

민사사건에 적용하는 상고심사제는 현행 민사소송법보다 제한된 상고 이유를 정한 뒤 이에 해당되면 본안 판단을 하는 '권리상고'와 심사 결과에 따라 본안에 들어가는 '심사상고'로 이원화된다.

심정희 상고제도개선특위 위원(국회사무처 이사관)은 "상고제도 개선방안의 정책목표는 국민 재판청구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최고법원으로서 법령 해석·적용·통일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대법원 본연 기능을 강조하면 상고심사제가 가장 근접한 제도지만 3심제 및 대법원에서 재판 받을 기회가 크게 후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상고사건 수요에 맞춰 대법관 6명·판사 20명 증원

상고심사제나 고법 상고부-상고심사제 혼합안이 대법원의 법률 해석·통일 기능에 무게를 둔다면 대법관 증원안은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에 방점을 찍는다.

가장 좋은 대안은 하급심을 충실화해 국민 신뢰도를 높여 상고 사건수를 줄이는 길이지만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대법원 조직을 상고사건 수요에 맞게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를 이끌어낸다.

이에 따라 대법관 6명 증원, 대법원 판사 20명 신규 임명으로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로 구성되는 2원적 재판부 10개를 설치해 일반 상고사건을 처리하자는 게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20명과 대법원 판사 20명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각각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되는 대법관 재판부는 공법·사법 재판부로 나뉘어 2원적 재판부가 회부하는 중요 상고사건을 재판하고 전원합의체에 넘길 사건을 고르는 기능을 한다.

민흥기 상고제도개선특위 위원(변호사)은 "사실심 법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앞서지 않는 이상 상고심 수요를 억제하는데는 백약이 무효"라며 "사실심 충실화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상고심 재판 수요에 적절한 상고심 재판을 공급해 해소하는 것이 정도"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주제발표자 등 일부 인원 외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고제도개선특위는 유관기관 의견조회, 추가 인식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추가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한 결과를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이 정한 최고법원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좋은 대법원 재판’이 실현되도록 상고제도를 개선하는 데에 성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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