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다움' 이유로 진술 신빙성 배척 안 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친구들과 여행에서 여학생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 진술 중 주요내용이 일관되며 '피해자 다움'을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대학 같은 과 친구들과 떠난 1박2일 콘도 여행에서 잠든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2심은 1심 판단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B씨의 추행 상황 진술에 뚜렷하지 않은 대목이 있고 추행 당한 날 A씨와 사진을 찍는 등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의 태도라고 수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건 발생 후 A씨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기까지 2년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뒤늦게 고소에 이른 경위도 의심했다.
검사의 상고로 진행된 상고심에서는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 취지로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했다.
B씨의 사건 상황 진술 중 뚜렷하지 않은 내용은 부수적일 뿐 주된 내용은 일관성이 있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고소 뒤 합의를 제안한 적 없이 처벌을 원하는 등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거짓 진술할 이유나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도 봤다.
사건 직후 A씨가 군에 입대해 마주칠 일이 없었고 그간 개인적 사정도 있었기 때문에 뒤늦은 고소 역시 수긍할 만하다고 봤다.
피해자의 태도에 의구심을 보인 원심 판단에는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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