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검찰에 사건 넘긴 후 규정 없어"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혜채용 의혹을 선택하면서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5일 넘게 공수처가 사건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아 궁금증도 커진다.
16일 공수처에 따르면 조 교육감 사건은 수사2부가 담당한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7~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해직 교사 등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을 검토·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애초 감사원은 경찰에 조 교육감을 고발했지만, 공수처의 이첩 요청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수사2부에는 검찰 출신인 김성문 부장검사를 비롯해 이승규, 김송경, 이종수, 김일로 검사 등 총 5명이 배치됐다. 전체 인원의 절반가량이 조 교육감 사건에 배치된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1호 사건 선정이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이라는 설립 취지에도 걸맞지 않을뿐더러 수사 후에도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정치적 우여곡절을 통해 탄생했다"며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논란을 야기했다. 국민에게 불신의 화살을 받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교육감에 대한 기소 권한이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공수처는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공소제기 권한은 있으나 이외에는 수사만 가능하다. 수사를 마친 후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를 요구하거나 불기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교육감은 기소할 수도 없는데 무슨 이유로 이 사건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라며 "검찰 눈치를 보게 된 형국이다. 판사, 검사 비위를 제대로 수사해 역량을 드러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공수처가 수사 후 사건을 검찰로 보낸 이후에도 명확한 처리 규정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검찰이 기소·불기소 등 공수처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면 두 기관 사이의 마찰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상희 교수는 "(검찰에 보낸 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무 규정이 없다. 검찰 기소 재량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며 "공수처는 기소의견으로 보냈는데 검찰이 불기소한다던가 또는 공수처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기소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로토콜 형식으로 양 기관 (공수처와 검찰이) 협의를 해서 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이 움직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계속된 비판과 논란이 이어지는데도 공수처는 1호 사건 수사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배경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교수는 "언론이나 시민사회에서 왜 조희연 교육감 사건이냐고 묻고 있는데 공수처가 '우리는 이런 기준을 마련했고, 이 기준을 적용했다'며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시민사회에서는 왜 이 사건이냐고 추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수처에게 조 교육감 사건은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소의견을 낸다고 해도 검찰과의 마찰이나 출범 취지 부정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불기소 결정을 하게 되면 '무능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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