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측 "2013년 5·8월 IP상 동양대"…검찰 "핵심 호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가 2013년 6월 무렵 동양대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 교수가 같은 때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 공소장·1심 판결문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서울고법 형사1-2부(엄상필·심단·이승련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정 교수의 항소심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2013년 5월과 8월 정 교수의 컴퓨터 아이피(IP) 주소를 살펴보면, 컴퓨터는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해당 컴퓨터를 포렌식 한 결과 정 교수 자택 아이피 주소는 '137'로 끝나는데 2013년 5월과 8월에 137이 아닌 다른 주소가 찍혀 있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2013년 8월 20일자 우체국 영수증도 제시했다. 이 영수증에는 동양대가 위치한 경북 소재 우체국에서 교재를 등기로 주고받은 내용이 쓰였다.
자택과 다른 아이피 주소와, 이 주소가 찍힌 시기 경북 소재 우체국을 사용한 정황을 종합했을 때 2013년 5~8월 컴퓨터는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는 검찰 공소사실은 물론 1심 판결문과도 다른 내용이다. 검찰은 2019년 12월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추가 기소했다. 추가 기소 공소장에서 검찰은 2013년 6월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표창장 위조 범행이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정 교수는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서류 지원 전인 2013년 6월 16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아들의 상장을 스캔해 총장 직인 부분을 오려내는 방법으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 교수 측은 "(범행 일시인) 2013년 6월에 가까운 아이피 주소 자료는 없냐"는 재판부 질문에 확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변호인은 "확인된 자료상 (2013년 5·8월) 동일한 아이피 주소가 사용됐다면 장소는 옮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3년 6월 전후로 아이피 주소가 변동이 없는 점에 비춰, 정 교수가 6월 데스크톱 컴퓨터를 서울 자택으로 가져갔다가 8월에 다시 동양대로 가져왔을 가능성은 작다는 이유다.
이에 검찰은 컴퓨터 위치보다 컴퓨터에 남아 있는 위조 흔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변호인은 이 사건 핵심을 호도하기 위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핵심은 누가 컴퓨터를 사용해 서류를 조작했냐는 것"이라며 "위조된 표창장 파일이 발견된 이 컴퓨터에는 (정 교수의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가족 이름이 포함된 폴더, 수천 개의 가족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밤 9시에서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컴퓨터가 사용된 점과 피고인이 아들의 게임(마비노기)을 깔아준 파일, 피고인의 계좌가 개설된 한국투자증권 시스템 접속 기록 등이 확인된 점에 비춰 피고인이 이 컴퓨터로 범행을 저질렀음이 명백하다"며 "1심 재판부 역시 이러한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단했으나 변호인은 이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비롯한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변론이 진행됐다.
정 교수는 입시비리 혐의 가운데 딸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십 확인서에 대해 직접 무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1심은 해당 확인서를 허위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확인서 제목을 '체험활동 확인서'에서 '인턴십 확인서'로 수정한 점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체험활동 확인서를 인턴십 확인서로 바꾼 사실은 인정하느냐. 만약 피고인이 인정한다면 왜 바꿨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아이(딸)가 생활기록부에 확인서를 기재할 때는 고등학생이었지만, 확인서를 (다시) 요청할 당시에는 대학생이어서 틀도 인턴십 확인서로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직접 답했다.
변호인은 "체험활동과 인턴십 표현 차이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할 정도로 대단한 허위성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 사건 공판은 24일 오후 2시 30분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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