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불필요한 갈등 최소화…검찰인사는 난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를 자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로 '등판'한 지 100일이 됐다.
그간 박 장관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어수선했던 법무부-검찰 관계를 일단 안정화시켰지만 검찰 인사와 권력형 의혹 수사 등 난제도 쌓여있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 했지만 1인 가구를 위한 법제도 개선 추진 등 민생 정책 마련에도 힘썼다.
◆추미애와 결 다른 소통으로 '추-윤 갈등' 수습
박 장관의 최우선 과제는 소통과 수습이었다. 이른바 '추윤갈등'으로 깊게 패인 검찰과 갈등의 골을 좁히는 데 힘을 쏟았다. 대전고검 등 전국 검찰청을 돌며 일선 검사 등을 수시로 만났다.
특히 강성 이미지였던 추미애 전 장관과는 달리 소모적인 갈등은 피하는 소통방식을 보였다.
출근길에서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비판이 제기되면 맞서기보다는 일단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달 23일 검찰총장 후보 추천 시 중점 기준을 놓고 "대통령 국정철학에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곧 "유념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갈등 상황에서도 "참으로 제 마음이 아프다. 보다 더 소통하겠다"며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고 수습하려고 했다. 당시 파국이 올 것으로 점친 이들은 박 장관의 발언에 다소 실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선명성 강한 직설보다는 에둘러 여운을 남기는 화법도 눈에 띄었다. 사퇴 직전 윤석열 전 총장이 여권이 밀어붙인 중대범죄수사청설치법 등을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자 "아주 참고할 만하다"면서도 "조금 부드럽게 말씀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고 차분한 태도를 지켰다.
반면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월 인사 때는 윤 전 총장의 요구와 달리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와 일부 대검 부장들을 유임하면서 '총장 패싱' 논란에 직면했다.
의정활동 때부터 오랜 관심사인 피의사실공표에 대한 단호한 태도도 비슷한 대목이다. 지난달 6일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사건 수사상황 일부가 특정 언론에 보도되자 "상황을 매우 엄중히 본다. 묵과하기 어렵다"며 대검 등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놓고는 당시 수사팀의 기소 가능성을 재판단하라는 취임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검찰 제식구 감싸기'를 질타하면서 라임 술접대 의혹 검사 감찰 결과 대검에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인사에서도 윤 전 총장 징계를 주도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이동시키고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총장이 추천한 조종태 검사장을 임명하는 등 전면전은 피했다. 한 전 총리 사건 감찰은 문책보다는 후진적 수사관행 점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반발을 최소화하려 했다.
정권 말기 부담을 줄 불필요한 잡음은 가능한 줄이면서도 검찰개혁 기조는 고수하는 실용적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권 강성 지지층에서는 이성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후보 탈락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무혐의 수용을 놓고 박 장관을 성토하는 등 역설적인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검찰개혁이 전부 아니다…민생 중심 법무행정 복원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임일성처럼 검찰과의 갈등이 전면 부각됐던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다소 소홀했던 일반 법무행정에 힘을 쏟은 점도 '박범계 100일'의 특징이다.
박 장관은 취임식보다 앞서 첫 공식 일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택했다. 이후 외국인 고용시설, 보호관찰소 등 총 15차례의 현장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무 정책 개선 노력도 이어졌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연내 도입을 추진했다. 1인 가구 정책이나 아동학대 대응 강화, 가석방 제도 개선 등 민생 안정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노력했다.
'약촌오거리 사건'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 등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두 사건에 대한 법원의 배상 판결에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했다.
특히 삼례 사건은 박 장관이 당시 배석판사가 공석이 된 관계로 막판에 재판부에 참여해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인 사건이다. 법무부는 항소 포기를 알리면서 "원고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통감한다. 억울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새 검찰총장 취임 후 대규모 인사 최대 고비될 듯
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 제청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가 임명되면 박 장관과 '배터리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 검찰총장 취임 뒤 단행될 대규모 검찰 인사는 박 장관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특히 총장 후보에서 밀려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 등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월 검찰 고위 인사 과정에서 박 장관이 '신현수 파동'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장관은 6일 출근길에서 "인사는 하게 되면 좋아하는 분도 있고, 원하는 인사를 받지 못하면 싫어하는 분도 계신다. 인사에는 항상 명암이 있다"며 "여러 목소리를 잘 담아서 잘 협의하겠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잘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 권력형 의혹 수사와 윤 전 총장 가족 의혹 수사, 한동훈 검사장이 거론되는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처리도 박범계 장관이 마무리에 성공할지, '블론세이브'를 기록할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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