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헌법소원 2연승…'이규원 기소권'까지 넘본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헌법소원에서 연이어 위헌 위기를 벗어나며 헌법적 정당성에 힘이 실렸다. /과천=이선화 기자

'패싱 기소' 헌법소원…법조계는 '각하'에 무게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헌법소원에서 연이어 위헌 위기를 벗어나며 헌법적 정당성에 힘이 실렸다. 최근 검찰이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에도 이규원 검사의 기소를 강행하면서 촉발된 '힘겨루기' 결과도 주목된다.

공수처법이 헌재 심판대에 오른 건 지난해 2월이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를 표방한 공수처는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1월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된 행정기관의 설치가 헌법상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 공수처가 중앙행정기관이면서 행정부에 소속되지 않고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이유는 고위 공직자 수사를 담당하는 업무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공수처 설치가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2월 발의·시행된 개정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는 당시 애초 6명이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5명)으로 완화한 내용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수단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를 행사하며 반발했지만 개정안은 같은 달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됐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청구 역시 헌재는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완화한 개정안으로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 위원의 거부권이 사실상 박탈됐더라도, 야당 의원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추천위 위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독립해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후보 추천 의결권은 위원을 추천한 정당·의원이 아닌 위원 개인의 권한이라는 판단이다.

두 결정은 각각 공수처의 영장청구권, 대통령의 검사 임명권에도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헌재는 1월 결정에서 헌재는 "청구인들은 영장 청구권자로서 검사는 검찰청법상 검사에 한정됨을 전제로 영장주의 원칙 위반을 주장하지만, 영장 청구권자로서 검사는 인권 옹호에 부합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법률 전문가로 검찰청법상 검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9일 결정 건에서는 공수처 검사 자격 등을 규정한 개정안 8조 1항도 심판 대상에 올랐다. 수사처 검사는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다. 청구인 측은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이 부합하지 않으면 수사처 검사로 임명될 수 없음을 전제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헌재는 "청구인의 주장은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 내용을 다투는 취지일 뿐 수사처 검사의 자격 요건, 임명 절차, 임명권자를 규정한 공수처법 8조 1항 전문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조항에 대한 심판 청구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또 "실제로 군 검사도 검찰청 소속 검사가 아니지만, 영장 신청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사례를 들었다.

이규원 검사는 지난 19일 검찰 수사와 기소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남윤호 기자

연이어 '합헌 날개'를 단 공수처지만 아직 승부처는 남아 있다. 이른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 기소 건이다.

수원지검은 2019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허위 사건번호가 기재된 요청서를 접수한 혐의 등으로 이 검사를 1일 불구속기소 했다.

애초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공수처법 25조 2항에 따라 현직 검사인 이 검사 사건을 지난달 3일 공수처로 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수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같은 법 24조 3항 "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에 따라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첩했다. 다만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나 추가 수사 뒤 사건을 공수처로 재이첩하라는 공수처 주장을 대검찰청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수원지검이 기소를 강행하면서 공수처를 '패싱'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 검사는 '검찰 수사와 기소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검사의 법률대리인은 '사건 관할권이 공수처에 있는데도 수원지검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을 기소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무리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신체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청구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로 이 검사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법원 재판이라는 구제 절차가 있기 때문에 헌재에서 각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 침해를 받은 사람이 직접 헌재에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는 "다른 법률에 구제 절차가 있다면 그 절차를 모두 거친 뒤"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제민)는 "기소된 이상 신체의 자유와 재판 청구권 침해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고 다툴 수 있다"면서도 "재판 과정에서 기소의 적절성을 주장하고 권리를 구제받을 수단이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보충성' 요건 결여로 각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검사 측 주장 가운데 '평등권'은 침해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헌법소원은 침해된 기본권을 구제할 다른 절차를 다 거친 때에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인 이상 '보충성'이 충족되지 않아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설령 헌재에서 본안 판단에 들어가더라도 검찰이 같은 사안에서 다르게 판단했다고 볼 여지는 없기 때문에, 이 검사 측의 '평등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문제가 된 유보부 이첩에 관한 명시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의 이첩으로 사건을 되돌려 받은 검찰이 법률상 보장된 기소권을 행사한 형국을 놓고 위법이라는 주장은 다소 어색하다"라고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기소로 이규원 검사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법원 재판이라는 구제 절차가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경우 헌재에서 각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이새롬 기자

이에 앞서 두 결정 건에서는 각하 결정이 사실상 공수처의 승리였지만 이번은 다르다. 만약 헌재가 '보충성'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법원 판단부터 받으라'는 의미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검사 사건에서 공수처가 검찰보다 먼저 수사와 공소 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국회 질문에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유보부 이첩에 관한 명시적 법률 조항은커녕 지침이나 선례도 없는 상황인 만큼 재판부 판단을 전망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다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고위공직자 기소권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 각각의 입지가 좌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면 공수처, 본안 판단을 한다면 검찰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 등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에 배당됐다. 첫 재판은 7일 오후 2시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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