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운명의 일주일…수사심의위 일정에 달렸다

대검찰청은 2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수사 외압 의혹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총장 후보추천위 회의 이전에 열리면 '기소' 무게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일정이 차기 총장 인선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위원회가 예정된 오는 29일 이전 또는 이후냐에 따라 후보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수사심의위 개최 일자는 위원회 절차에 따라 신속히 결정할 예정이다. 심의 대상은 이성윤 지검장 사건의 공소 제기·수사 계속 여부다.

수사심의위는 외부 전문가들이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 심의 및 사법처리 여부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대검은 법조계, 학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위원을 선정해 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이후 회의가 열리기까지는 통상 2~3주가 걸린다.

다만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와 일정이 맞물렸고 이성윤 지검장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서둘러 개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절차상 29일 전 개최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제공

총장 후보추천위 회의가 열리기 전에 수사심의위가 개최되면 이 지검장 기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오인서 수원고검장은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자 "사건 관계인 신청의 경우 절차가 오래 걸린다"며 대검에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이 바로 다음 날 오전에 신속히 소집을 결정한 것도 주목된다. 이는 대검과 수사팀이 기소에 의견이 일치하고 수사심의위에 넘겨도 기소 권고가 유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수사심의위가 기소를 권고하면 총장후보추천위는 이성윤 지검장을 추천하기에 부담감이 커진다. 역대 최초 '피의자 총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론과 상관없이 이 지검장을 기소할 수도 있다. 수사심의위 판단은 권고일 뿐 구속력이 없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을 불기소하라고 권고받고도 기소한 바 있다. 다음달 열린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수사심의위에서도 한동훈 검사장을 불기소·수사중단하라는 권고를 냈지만 따르지 않았다.

다만 불기소 권고가 나온다면 검찰이 여론상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수사팀이 편향된 시각으로 성급하게 기소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표적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던 이 지검장 입장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후보추천위 회의에서 이 지검장이 후보자로 선정되고 난 후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면 기소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사팀이 현재까지 기소를 미룬 이유도 후보 추천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 추천 후 기소하더라도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 때처럼 대통령 인사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3일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과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일정을 29일로 잡은 것은 전혀 연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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