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학생이 친구들에…"너희는 내게 좋은 사람이었어"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일대에서 시민들이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세월호 7주기 추모 행사…시민 발길 이어져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안산 시민이니까요."

7년이 흘렀지만, 안산 시민에게는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16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학생들이 생활했던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이다. 교실에 들어선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책상에 놓인 방명록에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종교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경기 중부 목사 8명은 2학년 3반 교실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목사는 "교회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에서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며 "(이제) 교회들이 4·16을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활발히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낮 12시 45분부터는 4·16 참사가족들을 포함한 시민 50여명이 4·16기억교실에서 단원고, 4·16생명안전공원 부지, 7주기 기억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까지 행진했다. 행진에 참여한 한 안산 시민은 "SNS를 보고 '안산 시민'이기에 왔다"며 "아직도 진상규명이 안 된 점이 슬프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일대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기리는 추모 리본을 달고 있다. /이동률 기자

출발 20여분 후 단원고에 도착한 시민들은 고래 조형물 앞에서 '끝까지 함께할게', '끝까지 밝혀줄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하교하는 단원고 재학생들도 가슴에 추모를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달았다.

2019년 안산에 이사 온 주민 A씨는 "7년 전 군 복무를 위해 훈련소에 있었는데, 당시 안산에 거주하는 병사들만 따로 모아 참사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를 4월 말에나 알게 돼 더욱 현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촛불집회를 열었다는 한 목사는 "참사는 유가족들과 함께 이웃에게도 큰 상처였다"며 "이들을 위해 대화모임을 만들어 마음을 치유하는 장을 만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해당 자리에 참석한 유가족들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고 한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서 한 참석자가 추도사를 듣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동률 기자

4·16생명안전공원 부지에 도착한 시민들은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우산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국민 안전을 되새기기 위한 목적으로 202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날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과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이 열렸다. 기억식에는 관계 부처 장관들과 지방자치단체장, 4·16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안산 시민 100여명도 함께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정헌 4·16재단 이사장은 "그날을 다들 기억할 것"이라며 "선내 방송은 움직이지 말라 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한 게 이 땅에 사는 모든 어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안전사회로 가기 위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존 학생인 장혜진(25) 씨는 자리에 참석해 희생된 친구들에게 "너희는 내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나는 너희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기억하기도 한다"며 "다시 만날 날까지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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