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 첫 인사…파격 대신 순리 따랐다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을 하는 가운데 과거 오 시장 임기 때 수행비서였던 정상훈 거점성장추진단장(맨 오른쪽)이 보좌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외부 영입 대신 내부 인사 중용…'안정'에 방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시장단과 비서실장 등 핵심보직 인사를 내정하면서 남은 임기 1년여 간 서울시를 이끌 수뇌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첫 비서실장으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달리 '늘공'(직업공무원)을 앉히고, 부시장도 외부 인사 영입 없이 내부 인사로 채우면서 기존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행정1부시장에 조인동 기획조정실장을, 행정2부시장에 류훈 도시재생실장을, 정무부시장에 김도식 국민의당 대표 비서실장을 각각 내정했다. 또 비서실장으로는 정상훈 거점성장추진단장을 선택했다.

정 단장은 서울시 언론담당관, 안전총괄과장, 조직담당관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특히 지난 2008~2009년 수행비서관을 지내 오 시장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간부로 꼽힌다. 오 시장이 보궐선거 당선 뒤 처음으로 시청에 출근한 8일 오전, 가장 먼저 맞이한 것도 정 단장이었다.

고 박 전 시장 시절 10년과 비교된다. 고 박 전 시장의 첫 비서실장은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권오중 현 총리실 민정실장이었다. 재임 시절 비서실장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또는 시민단체 출신 등 외부 인사를 기용했다. 이 기간 비서실장 중 내부 인사는 2015년 임명된 서정협 전 부시장 뿐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동률 기자

행정1·2부시장도 외부 인사 대신 기존 공무원을 선택했다. 당초 행정1·2부시장으로 옛 서울시 간부 등 외부인사를 영입할 가능성도 나왔으나 내부 승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통상 행정1부시장은 이전 기조실장이 맡았는데 이번에도 전례를 따랐다. 앞서 강태웅 전 부시장, 서정협 부시장도 모두 기조실장을 거쳐 임명됐다.

조 실장은 시에서 정책기획관, 서울혁신기획관, 서대문구 부구청장, 일자리노동정책관, 경제진흥본부장, 경제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사다.

행정2부시장도 전례대로 2부 산하 실장이 이어받게 됐다. 류 실장은 시에서 주택공급과장, 도시계획국장, 주거사업기획관, 시설국장, 주택건축국장, 주택건축본부장 등을 지낸 도시계획 전문가다. 앞서 현 김학진 부시장은 안전총괄실장에서 부시장으로, 진희선 전 부시장은 도시재생실장(옛 도시재생본부장)에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이들 외에 나머지 1급 간부들도 오 시장이 당선되면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자리를 지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종합대책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 시장이 급격한 변화 대신 조직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고 박 전 시장이 2011년 당선된 뒤에는 당시 1급 간부들이 대거 퇴임, 주요 보직들이 새 얼굴로 교체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본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 본청 공무원을 골랐다. 또 부시장 인사도 순리대로 이뤄졌다"며 "시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고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무부시장 인선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경영'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김도식 실장은 안 대표를 2012년 대선 출마 당시부터 보좌한 핵심 측근이며 안 대표의 깊은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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