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1.4% "방역 도움 안돼"…전문가 "이동만 늘어날 것"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0명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오세훈 시장이 꺼내 든 '서울형 거리두기'에 논란이 이어진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업종간 운영시간을 세분화하는 방역지침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지만 4차 유행의 기로에 선 지금 섣부른 새 거리두기 개편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정부는 다음 주까지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수립과 자가검사키트 도입 등을 협의해 시행방법과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내달 2일까지 재연장한 가운데 시의 독자적인 방역지침이 시행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4차 유행에 접어드는 국면이라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시의 확진자 추이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7일 확진자는 50일 만에 200명을 넘어 244명까지 치솟았고 이후 3일 연속 200명대를 기록했다. 이후 주말 검사량 반영으로 100명대 중반을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습이었으나 13일 58일 만에 최다 확진자인 247명을 기록하고 16일까지 4일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 증가폭이 예사롭지 않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확진자 발생 수준이 좀 더 낮아져서 1단계 수준이 되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발생자가 많은 상황에서 시의 '상생방역'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년 넘도록 전문가와 방역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으나 시간을 하나로 정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며 "업장마다 시간을 달리하면 계속해서 옮겨 다니게 되고 거리두기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며 지역 간, 업종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역당국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700명대에 달하는 지금 상황에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상생 방역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시민들도 절반 이상이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안 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의 서울형 방역에 '방역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1.8%(매우 도움될 것 19.3%, 어느 정도 도움될 것 22.4%)였던 반면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51.4%(전혀 도움되지 않을 껏 36.3%, 별로 도움되지 않을 것 15%)로 더 높았다.
다만 민생 측면에서는 '도움될 것'이라 답한 비율이 54.2%로,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40.5%)보다 많았다. 방역과 민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나타난 셈이다.
반면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확진자 추세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당장은 상생 방역이 어렵지만 단계가 점차 낮아지고 확진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면 충분히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코로나는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며 "식당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칸막이 설치 등 기본 방역을 더욱 촘촘하게 세워야 하고, 실내체육시설에서는 유산소 운동의 경우 충분한 거리두기와 시간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벌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현재 방역수칙 불이행 시 개인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는 10만 원, 해당 업주에게 300만 원이 부과되는 데 이 부분도 역학조사에 따라서 책임이 있는 자에게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도 '서울형 거리두기' 발표를 앞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14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서울형 거리두기'와 관련해 "시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추이와 백신 접종률 추이 등을 고려해 시기와 방법을 충분히 검토할 방침"이라며 "수도권인 경기도와 인천시의 형평성을 고려해 중대본과 혐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