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출석 중 '손가락 욕' 논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른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자매 중 한 명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손가락 욕'을 해 논란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이관형·최병률·원정숙 부장판사)는 14일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현모 씨 등 자매 2명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중대한 범죄인데다 증거가 명백함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다.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1심 양형은 너무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자매 측은 공소사실상 '부정시험'으로 지목된 시험 모두 스스로 풀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중간 풀이 과정이 필요한 수학 과목 시험만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시시비비를 다투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1심에서 정확한 증거없이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고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시험별로 답안이 유출된 흔적이나 증거도 없는데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는 '증거재판주의' 위반"이라며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어떤 방법으로 답안을 입수해 유출했는지 특정되지도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필요하다면 (자매의 시험) 풀이 과정에 하등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서면을 통해 주장해달라. 재판부에서 판단하겠다"라며 별도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자매 중 한 명은 459명 중 121등에서 인문계 1등으로, 또 다른 한 명은 전체 59등에서 자연계 1등으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쌍둥이 자매는 '실력으로 성적이 오른 것일 뿐'이라며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자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매와 변호인들의 주장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아버지에 대해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형사 판결의 사실 판단을 이 사건에 적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도 없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자 쌍둥이의 아버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은 각 정기고사 과목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반출하고,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해 정기고사에 응시했다는 혐의 내용도 사실로 판단했다.
이날 쌍둥이 자매 중 한명인 현 씨는 재판에 출석하면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손가락 욕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욕한 경위를 묻자 "(취재진의 행동이) 아예 예의도 교양도 없고 못 배운 행동이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도 "문제 풀라고 하면 풀 수도 없으면서 왜 내가 푼 풀이가지고 그러느냐"고 부인했다. 취재진이 계속 뒤따르자 "오지말라고!"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자매의 항소심 다음 재판은 6월 9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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