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검찰송치…"살아있는 것도 뻔뻔하다는 생각"
[더팩트ㅣ김세정·최의종 기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9일 검찰로 송치되면서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무릎을 꿇은 김 씨는 "유가족과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경찰은 9일 김 씨를 살인·주거침입·절도·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총 5가지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김 씨의 모습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김 씨를 보려는 시민들과 취재진이 새벽부터 경찰서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전 9시께 김 씨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유치장을 걸어 나왔다. 검은색 상·하의 차림의 김 씨는 목에 큰 반창고를 붙였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김 씨는 "기자님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 못 드릴 것 같다. 양해를 구하고 싶다"며 "죄송하다"고 처음 말했다.
'유가족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김 씨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하게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며 "살아있는 것도 정말 뻔뻔한 생각이 든다. 유가족들, 피해 입은 분들,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왜 살해했나' '스토킹 혐의 인정하냐' '자해는 왜 했는가' 등 이어진 질문에는 연신 "죄송하다"라고만 답했다. 부모에게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 김 씨는 "볼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공개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김 씨는 망설임 없이 마스크를 벗었다.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김 씨는 이어진 질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죄송하다"를 반복하며 호송차에 올랐다.
김 씨의 모습을 본 일부 시민은 "사형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채 이틀 뒤인 25일 경찰에 발견됐다. 김 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피해자 큰딸이 연락을 피하고 만나주지 않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 씨가 병원 치료를 마친 뒤 체포영장을 집행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김 씨 범행에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경찰은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변호인 입회를 요청하지 않아 홀로 조사를 받았다.
김 씨는 이날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