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거나 부딪혔으면 췌장 절단되기 어려워"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 양이 사망 전 최소 2번 이상 발로 밟혀 췌장이 절단된 상태였을 것이라는 감정의 의견이 나왔다.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 적 없다는 양모의 주장과는 달리 감정의는 정인이가 여러 차례 학대를 받았다고 추정하며 사망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7일 정인 양의 입양부모인 장모 씨와 안모 씨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인이 사망 후 검찰 측 요구로 재감정을 했던 감정의 A씨의 의견이 공개됐다.
검찰이 낭독한 감정서에서 A씨는 "살인의 고의 판단은 감정인의 몫은 아니지만,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고, 신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고의성을 입증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정인이 전신에 멍이 있는데 부위나 모양을 보면 넘어지면서 발생하기는 어렵고 맞아서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고의적인 외력이 없었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골절도 일부 발견됐으며 치료 기록조차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양모 장 씨 측은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둔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A씨는 최소한 2번 이상 발로 밟혀서 췌장이 절단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A씨는 "(정인이가 넘어졌다면) 양팔이 먼저 바닥을 짚는다. 췌장이 절단되거나 장간막 파열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또 앞으로 넘어졌다면 부딪힌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며 "흔들다가 누운 자세로 아이가 떨어졌다고 해도 췌장이 절단되지는 않는다. 성인의 장기손상 경우도 대부분 구둣발로 차이거나 음주상태로 넘어져 튀어나온 물체에 부딪힌 경우"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토대로 장 씨가 맨발이나 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정인이를 밟았다고 추정했다. 장 씨가 가슴 수술을 받아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던 점 등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같은 감정의 의견은 정인이가 입양 후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검찰 공소사실과 부합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정인 양 사망 무렵 모습이 마치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기아와 비슷했다는 어린이집 관계자의 의견도 공개됐다. 검찰은 "어린이집 원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고, 어떻게 이런 아이를 등원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유니세프 모금 광고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상 성인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장 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과 보호관찰 명령도 청구했다.
검찰은 "아동학대가 심화한 양상이나 욕구 충족을 우선하는 특성,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점 등을 보면 장 씨는 향후 살인을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변호인은 "재범성은 '중간' 수준으로 높지 않다. 다시 범행을 저지를 기회나 가능성은 없다. 기각해달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월 장 씨 부부에게 입양된 정인 양은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다가 같은해 10월 13일 양천구 소재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병원 관계자는 정인 양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부검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는 최종소견을 냈다. 정인 양은 복강 내 출혈과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 전신에 피하 출혈이 발견되는 등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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