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사 책임 기준 서로 달라…'피해자다움' 벗어나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이 무혐의 판단한 성폭력 혐의라도 민사 책임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울대생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정학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학교 술에 취한 후배를 숙박업소로 데려가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혐의로 정학 9개월 처분됐으나 형사고소된 사건에서는 검찰 단계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1심은 묵시적 동의 아래 신체접촉행위를 했다는 A씨의 주장을 인정해 정학 처분 무효 판결했다. 검찰이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2심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학교 측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형사책임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이 있어야 물을 수 있지만 민사책임은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수사기관이 무혐의 처분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당시 피해자가 만취 상태였다는 점은 CCTV나 제3자 진술로도 확인돼 적어도 피해자 동의없이 성적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피해자가 사건 발생 직후에 별 항의를 하지 않았고 일주일 뒤에 신고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랬을 것'이라는 피해자다움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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