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재임 당시 의회와 깊은 갈등…평가는 제각각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불통', '고집'으로 대변되는 시장이다."
"시장이 의원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시장을 무시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격차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리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오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했던 10여년 전, 지방자치의 또다른 축인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이렇게 첨예하게 엇갈린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시의회에 입성한 신원철 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와 의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두고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담론으로 치열하게 싸웠는데, 의회에서 조례 통과시킨 뒤 6개월 간 오 후보가 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본인 생각과 달라도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야 되는데 강경하게 맞대응을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당시 40번 본회의 중 16번만 나와 출석률이 40%였다"며 "의회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2006년 시장에 당선된 뒤 2010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약속대로 사퇴했다. 첫 임기 때는 당시 한나라당이 시의회 지역구 모든 의석을 휩쓸었는데 2010년 지방선거 때 당시 민주당이 교육의원을 제외한 106석 중 79석을 차지하면서 오 후보와 시의회 간 마찰이 본격화됐다.
특히 2010년 12월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시의회와 시정 협의 중단을 선언, 이듬해 6월까지 출석하지 않으면서 대립이 절정에 달했다.
이를 두고 신 의원은 "'불통', '고집'으로 대변되는 시장이었다"며 "본인과 의견이 달라도 계속 조정을 해야 하는데, 본인 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의회를 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2010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한 김용석 민주당 의원은 오 후보를 '시대에 안 맞는 행정가'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처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오 후보가 시정연설을 하는데 연설문 첫 마디가 '서울시민 고객 여러분'이었다"며 "시민이 주인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의미 아닌가. '내가 이렇게 시혜적으로 서비스를 베풀겠다'는 생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오 후보의 핵심사업인 한강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은 모두 보여주는 사업이었다"며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시민들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본인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런 사업을 진행하며 시 재정이 악화된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했다"며 "세입이 적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면 추경을 통해서라도 기존 예산을 삭감해 세입과 세출을 맞추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인데, 하고 싶은 사업을 많이 집행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시를 포함해 이번 10대 의회까지 5선 의원인 김진수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이 의원들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시장을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김진수 의원은 "오히려 그 쪽(민주당)과 소통을 많이 했고 우리(한나라당)와는 덜 했다. 서운한 면도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시정질문 때 한 민주당 의원이 오 후보를 단상으로 불렀다가 들어가라고 하고, 다시 나오라고 한 적도 있다. 시장 입장에서 굉장히 모멸감이 들었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보면서 '이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오 후보의 핵심사업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 의원은 "세빛둥둥섬, DDP, 북서울꿈의숲, 아라뱃길 등 창의적인 사업으로 도시경쟁력을 높였다"며 "세빛둥둥섬, DDP 등은 서울의 상징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됐고, DDP 덕분에 지역 상권 매출이 많이 신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으로, 야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교섭단체 구성 요건조차 갖추지 못할 정도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소영 민생당 의원은 "민주당 의석이 워낙 많아서 만약 오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후 (시정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틀린 건 틀렸다고 지적하고, 맞는 건 인정해주면서 시정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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