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오세훈 약속한 'SH 분양원가 공개'…"의지에 달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분양원가 공개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부동산 거품 축소 기대…"서울시장 권한으로 공개 가능"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오세훈 후보가 'SH 분양원가 공개' 공약을 앞 다퉈 약속해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 유세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공주택 분양원가는 물론 설계내역서·도급내역서·하도급내역서 자료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좌절하는 서울시민 앞에서 건설사의 영업비밀이 서울시민의 꿈을 꺾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후보 공약이 자신의 뜻과 같다며 "SH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국내 최초 아파트 후분양제는 이미 15년 전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했을 때 발표해 시행했던 정책"이라고 받아쳤다.

두 후보 모두 △분양원가 △설계내역서 △도급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 원가를 가감없이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업계 투명성 확보와 주택가격 안정화 등을 위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공사 원가를 공개하는 제도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상품' 격인 주택의 원가가 확인되면서 분양가 거품이 줄어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사와 시행사의 과도한 이익을 줄이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저렴한 주택공급을 위한 안전장치가 분양원가 공개"라며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 소위 '부동산 3종 세트'와 더불어 장기전세주택(반값아파트) 공급 등의 방법으로 집값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분양원가 공개가 부동산 가격을 잡는 대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배정한 기자

이런 두 후보의 공약은 현 규정 상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SH공사 관계자는 "SH공사는 서울시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시장 권한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수 있다"며 "다만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성이 크게 없는 설계내역서, 도급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은 내부적 심의를 거쳐 공개 가능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SH공사는 지난해 7월 28일 항동 하버라인 4단지 사업의 준공 건설원가를 시범 공개했다. 당시 공개한 항목은 총 61개로 도급공사비 47개 내역, 지급자재비 6개, 기타 직접공사비 6개, 그 밖의 비용 2개 등이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앞으로 마곡 9단지와 고덕에 준공된 주택은 준공 건설원가 공개를 할 방침"이라며 "아직 1년도 되지 않아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크게 급등한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H공사가 공개한 준공건설원가는 치솟는 분양가를 잡기에 역부족이며 실제 사업진행을 투명하게 알기 위해서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앞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공사)는 2019년 이미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반면 SH공사가 공개하는 준공건설원가는 설계, 도급, 하도급 등 세부 내역은 없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SH공사가 실질적 건설사가 아닌 경우 하청에 하청에 대한 감시를 위해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더불어 건설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LH공사, SH공사 등은 공공사업자인데도 무주택자들을 상대로 주택을 비싸게 팔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소비자들에게 내역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국장은 "SH공사의 분양원가 공개는 공공사업자이기 때문에 법령이 없이 서울시장의 의지만으로도 공개가 가능하다"며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공개된 분양원가는 임기 말로 갈수록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관련 법은 없었다. 시장의 의지와 꾸준한 감시가 있다면 분양원가 공개는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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