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지시로 문성근 등 사찰…DJ 비자금 추적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이명박 정부 때 원세훈 국정원장의 지시로 명진스님, 배우 문성근 씨 등 민간인을 사찰한 전 국정원 간부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국정원 방첩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전 국장은 2009년 원세훈 원장과 최종흡 3차장의 지시로 방첩국 내에 '종북좌파' 척결을 위한 특명팀을 설치해 부하 직원들에게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배우 문성근 씨를 사찰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을 추적하도록 하는 등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이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2010년 국정원 특명팀은 '종북좌파세력인 명진을 주지에서 아웃시켜야 한다'는 원세훈 원장의 지시로 내사계획을 세워 명진스님의 법회 내용을 수집하고 비서를 감시했다. 2011년에는 '백만민란'이라는 야권통합 운동을 주도하던 배우 문성근 씨의 불법행위를 찾기 위해 문씨와 직원의 컴퓨터를 해킹해 내부문건을 입수하기도 했다. 정치적 공세에 불과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캐기 위해 관련자들을 미행하고 통화내역 분석, 사이버해킹을 실시했다.
1심은 김 전 국장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국장은 옛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죄 규정 중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대상에 국정원 직원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같은 행위를 엄정히 처벌하지 않으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김 전 국장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자신도 원세훈 원장의 지시에 따른 직권남용의 피해자이지 주체가 아니다'라는 김 전 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의 주체는 '원장·차장·직원'으로 규정됐고 실제 피고인이 민간인 사찰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유없다고 봤다.
다만 김 전 국장이 범행을 모두 인정했으며 지시를 받아 보고하는 역할이었을 뿐 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징역 7개월에 자격정지 7개월로 양형을 낮췄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김 전 국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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