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초고층 빛반사 피해주민 승소 확정…소송 8년 만

하늘에서 본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일대 빌딩숲이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부산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자리잡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빛반사에 피해를 본 주민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한 지 8년 만에 일부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주민 60명이 현대아이파크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해운대구 우동 모 아파트 주민들은 2013년 300m 거리에 신축된 현대아이파크 외벽 유리 반사광 때문에 조망권과 일조권을 침해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아이파크는 아파트와 호텔 등 6개동에 최고 지상 72층 규모의 초고층 시설이다.

1심은 주민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현대아이파크가 들어선 지역은 일반상업지역이기 때문에 고층빌딩 신축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주민의 아파트와 바다 사이에는 40층 이상 고층건물이 10여개나 있어 이미 조망권이 제약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조권 방해 정도도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다고 봤다.

2심은 전문감정 의뢰와 현장검증을 거쳐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아이파크는 온열효과를 위해 복층유리보다 더 반사율이 높은 '로이 복층유리'를 외장재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피해가 큰 주민의 아파트는 눈부심이 강해 앞이 보이지 않는 '불능현휘'(빛반사 시각장애)가 연간 187일, 총 73시간 동안 나타났고 하루 중 휘도가 강할 때는 불능휘도가 발생하는 최소 기준치의 2600배였다. 불능현휘 현상이 가장 적은 피해 아파트도 연간 31일, 1시간 21분에 달했다. 이에 따라 1심이 인정한 일반상업지역이라는 특성 등을 감안해도 주민이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민이 요구한 손해배상액에서 부동산가치 하락 추정치는 80%만 인정하고 냉방비 증가액은 인정하지 않는 등 주민 34명에게 총 2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부 주민 아파트에는 '불능현휘' 현상이 없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해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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