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6명 연속 무죄…이민걸·이규진까지 이어지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관계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 사진)이 이번 주 법원 판단을 받는다. /이덕인 기자

이번주 1심 선고…통진당 재판 개입·헌재 동향 파악 혐의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실장)이 이번 주 법원 판단을 받는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이 전 기조실장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근원지인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판결을 선고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사법농단 사태에 얽혀 기소된 6명이 연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몸통' 급에 해당하는 이들까지도 무죄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재판 개입·헌재 동향 파악…사법농단 '몸통'

이 전 기조실장은 2015년 8월~2017년 11월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지시를 받고 옛 통합진보당 행정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정당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잃은 소속 의원이 법원에 '직을 돌려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의원직을 박탈할 권한은 헌재가 아닌 법원에 있음을 공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임 전 차장 등은 이같은 판결을 선고하도록 행정소송이 접수된 법원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기조실장은 통진당 사건을 맡은 재판장을 직접 만나 법원행정처 입장이 담긴 문건을 전달하며 '참고해서 판단해달라'고 하거나, 사건이 접수된 법원의 법원장을 접촉해 담당 재판장에게 입장을 전해달라고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전 기조실장은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인사모 등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사법행정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모임이다. 이외에도 2016년 박선숙·김수민 당시 국민의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부 심증을 파악해 국민의당 측에 전달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양형실장은 헌재를 상대로 대법원 위상을 강화하려는 당시 대법원 기조에 따라 헌재 내부 동향과 정책을 수집한 혐의 등을 받는다. 헌재 관련 정보 확보·대응책 마련 등의 '역할'도 부여받아,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견 법관에 대한 인사 평정권이 법원행정처에 있는 점을 이용해 파견된 법관들이 '스파이' 노릇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이다.

이외에도 이 전 양형실장은 헌재와 얽힌 재판에 여러 차례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법률이 아닌 법률 해석의 위헌성을 따지는 한정위헌 결정을 막기 위해 이미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 제청 결정을 한 재판부에 연락해 결정을 바꾸도록 하고, 이러한 과정을 은폐하기 위해 전산상 '블라인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2015년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거나, 관련 행정소송 판시 내용을 누설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민걸(가운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2015년 8월~2017년 11월 법원행정처에 기조실장으로 일하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지시를 받고 옛 통합진보당 행정 소송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다. /뉴시스

◆사법농단 재판, 양승태 대법 '턱 끝'까지 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법관은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해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이다. 일선 법원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대로 움직인 혐의로 기소된 법관으로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있다. 이 중 6명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 전 연구관, 신 부장판사 등 3명은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법원장과 임 전 부장판사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절차를 밟고 있다.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재판 개입 행위가 사실로 인정된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헌재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헌재는 이 전 기조실장 등의 1심 선고 다음 날인 24일 오후 2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안 첫 기일을 연다.

이들에 대해 법원은 일부 재판 개입·정보 누설 등 행위를 사실로 인정됐으나, 법리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가운데 변호사로 전향한 유 전 연구관과 최근 재임용을 포기한 임 전 부장판사를 제외하고는 지방법원 원로 법관과 부장판사 등으로 근무 중이다.

법원행정처 핵심 관계자인 이 전 기조실장 등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 특히 대부분 공소사실이 양 전 대법원장·임 전 차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윗선' 선고 결과에 대한 예고편 격이라는 이유다.

앞서 검찰은 이 전 기조실장·이 전 양형실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심 전 고등법원장에게 징역 1년, 방 부장판사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 판결은 애초 지난달 18일 선고될 예정이었으나 '기록 검토 및 판결서 작성을 위해' 두 차례 연기돼 23일로 선고기일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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