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전 비서관 "황당했다" 증언에 반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15일 열린 '20대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법정. 정오가 되자 빨간 마스크를 쓴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정으로 들어왔다.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미국으로 건너갔던 그는 첫 재판이 시작된 지 약 7개월만인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성보기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등의 네 번째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은 황교안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전·현직 의원과 보좌관 등 총 27명이다. 재판부는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사건'과 관련된 8명부터 먼저 심리하고 있다.
민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열린 첫 재판 이후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다음 기일에 나오지 않으면 구속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3차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귀국 후 코로나19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이날도 공판 시작 당시 민 전 의원은 법정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날 정오까지 자가격리였기 때문이다. 두 시간 후 격리가 해제되자 처음으로 이 사건 법정에 섰다. 민 전 의원 측은 자가격리 사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채이배 전 의원의 전 비서관 A씨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채 전 의원을 감금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의원들의 행위가) 그 정도면 감금이 성립한다고 생각한다"며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채 전 의원)가 그 자리를 나가려고 했는데 막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민경욱 전 의원의 마술쇼를 들어 감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마술쇼를 펼칠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취미가 마술로 알려진 민 전 의원은 사건 당일 보좌진에게 마술도구가 든 가방을 가져오라고 부탁해 동료 의원들 앞에서 마술쇼를 펼쳤다.
채 전 의원의 비서관이 "물리력을 이용한 감금 상황에서 벌어진 마술쇼가 황당했다"고 증언하자 민 전 의원은 직접 증인신문을 기회를 얻어 "마술이 왜 황당한가. 채 전 의원도 박수도 치고 웃기도 했다"고 따졌다.
이같은 A씨의 증언은 지난 2차 공판에 출석한 보좌관 B씨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B씨에 따르면 민 전 의원은 20분간 몇 가지 마술을 보여줬다. 특히 동전마술을 선보이면서 채 전 의원에게 '못 맞추면 사보임 하지않기'라며 문제를 내기도 했다. 마술쇼를 즐겼다는 피고인 측 주장과는 달리 B씨 역시 "감금 상황에서 채 전 의원이 예우 차원에서 따라드린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민경욱 전 의원 등은 2019년 4월 25일 '여야 4당의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겠다'며 채이배 의원실로 찾아가 채 전 의원을 6시간 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채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오신환 전 의원을 대신해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으로 교체됐다.
투표권을 넘겨받은 채 전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법안은 패스트트랙 지정안건에 오를 상황이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채 전 의원의 사개특위 회의 참석을 저지했다. 검찰은 현장에 있던 의원 7명과 지도부였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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