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 푼다는 오세훈…현실성 따져보니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윤정원 기자

심의 시작만 최소 1개월…오 후보 측 "신속 추진한다는 의미"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현행 절차를 따져보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공약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만 오 후보 측은 그만큼 신속하게 주민들의 요구를 해결하겠다는 의미였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울시 방침을 바꿀 수 있다"며 여의도, 상계동, 목동, 압구정동, 대치동, 자양동 등지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규제를 풀어 5만~8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런 단지들이 안전문제가 심각한데도 시가 재건축을 묶어뒀다는 진단도 함께 내놓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기간 도시재생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면서 쌓인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현실에 맞지 않는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무리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이경선 의원(더불어민주당·성북4)은 페이스북을 통해 "무슨 서울시 도시계획이 '달고나'인 줄 아시나. 다 넣는데로 막 부풀게"라고 비꼬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주택공급량을 바꾸려면 기본계획의 35층 제한과 용적률제한을 풀어야하고, 추가로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는 사항은 조례개정이 필요하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재건축사업계획이 확정된다"며 "기본계획변경과 조례변경은 의회의 동의와 의결이 있어야 가능하며, 조례는 입법예고 14일,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회기 15일 전 의회에 제출되므로 심의 시작에만도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또 "도시계획위원회 만의 심의로 가능한 사례는 현재 수준에서 주택 공급규모의 큰 변화없이 결정하려는 경우인데, 이 경우도 심의위원회 심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한국산업단지공단 청사 수출의여인상 앞에서 경제관련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고 박 전 시장은 최상위 도시계획인 '2030 서울 플랜'을 통해 한강변 건축물 층수 제한을 기존 50층에서 35층으로 낮춰 재임 기간 내내 유지했다. 대치동, 잠실 등 재건축이 지연된 주요 단지들 중 상당수가 이 규제 때문에 조합과 규제당국 간 마찰이 지속됐다.

시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8·4 부동산 대책에 발맞춰 공공재건축을 전제로 35층 제한을 50층으로 완화하는 방식을 도입,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의원 지적대로 일주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또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 시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도시계획위원회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 역시 단기간에, 시장 권한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희걸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도시계획위원회 외에도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있는데, 사안별로 상정해서 각 계 전문가 의견을 듣고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며 "심의위원회에 상정하는 건 시장 권한이지만, 오 후보가 언급한대로 무조건 풀겠다고 한다면 자율권을 부여한 심의위원회도 전부 예속화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오 후보 측은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그만큼 빨리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이 시행돼야 하는데 고 박 전 시장이 막아둔 부분이 많이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미 많이 추진돼서 서류가 다 들어와 있는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빨리 검토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풀어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박 전 시장이 규제를 풀어주지 않아 더 노후화된 곳들은 주민들이 생활하기에 굉장히 불편함을 겪고 있어서 더 미룰 수 없다"며 "일주일 안에 각종 검토 및 절차가 시작되도록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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