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소명 없는 '양심적 병역거부' 불인정은 위법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려면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받아 심리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대체복무 교육센터 입교식을 치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2020.10.26/더팩트 DB

대법 "구체적 소명자료 받아 자세히 심리해야"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려면 피고인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받아 심리를 거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에서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주는 강제징집제도는 위헌이므로 입영거부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종교·양심적 자유가 헌법적 의무인 국방·병역의 의무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A씨의 병역거부가 병역법 88조1항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1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은 자신의 양심이 진실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이를 탄핵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양심의 형성 동기와 경위를 밝히는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자세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은 피고인에게 석명을 구한 다음 추가로 심리·판단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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