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론에는 "직 건다고 될 일 아냐" 일축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을 두고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면서 수사청 설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사청 추진이 "진정한 검찰개혁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나는 국가 전체의 반부패 역량 강화를 강조할 뿐 검찰 조직의 권한 독점을 주장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검·경이나 수사·기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한다. 법 집행을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일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악에 적극 대처하기보다 공소유지 변호사들로 정부법무공단 같은 조직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것이 검찰 폐지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입법이 이뤄지면 치외법권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보통 시민들은 크게 위축되고 자유와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여당의 주장도 반박했다. 윤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사법 선진국은 대부분 중대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한다"며 "사인소추 전통이 있는 영국조차 부패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수사·기소가 융합된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만들었다"고 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반부패 수사가 민주주의 진보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민정부 이후 검찰의 반부패 활동이 우리 사회 특권을 없애고,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이나 정치인이 형사처벌 받는 것을 상상조차 못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이 형사처벌 받는 것을 국민이 직접 목격하기 시작하면서 권위주의가 무너지고 보통 시민의 권리 의식이 고양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검찰주의자라서, 검찰이 무언가를 독점해야 한다고 여겨서 수사·기소 분리와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대한 검찰권이 문제라면 오히려 검찰을 쪼개라고 말해 왔다. 다만 검사와 사법경찰 수사관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 선진국 어디에도 검찰을 해체해 수사를 못 하게 하는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직을 걸고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은 "나는 어떤 일을 맡든 늘 직을 걸고 해왔지, 직을 위해 타협한 적은 없다"며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당한 사회적 실험 결과의 제시, 전문가의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형사사법제도라는 것은 한번 잘못 디자인되면 국가 자체가 흔들리고 국민 전체가 고통받게 된다"고 했다.
윤 총장은 "하다 보면 징계도 먹고 좌천도 받지만, 그것은 거대 이권을 수사한 결과 검사에게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검찰을 폐지하는 일에 비하겠는가"라면서 "전국의 검사들이 분노하며 걱정하고 있다. 어이없는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 올바른 여론의 형성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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