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합헌…처벌 필요"

사실로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남윤호 기자

"표현의 자유 가치 해친다" 반대 의견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사실로서 명예를 훼손한 경우 형사 처벌하도록 한 형법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25일 형법 307조 1항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공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진실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

헌재는 "사실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며 "이러한 명예의 특성상,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 조항에 따라 형사처벌 하는 것은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 행위를 예방할 효과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명예는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수 없다"며 "명예가 중시되지만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 특수성과 민사적 구제 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가해자의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적시하는 건 표현의 자유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일부 위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갖췄지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표현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헌법상 명예훼손의 구제 수단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시할 뿐 형사처벌까지 예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적 명예 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닌 정정 보도와 반론 보도 청구, 손해배상 청구 등 처분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며 "국가·공직자가 표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 감시의 비판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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