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살인사건' 주범 1심 징역 17년…"폭력적이고 잔인"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중 자신이 고용한 프로그래머를 살해한 이른바 파타야 살인 사건의 주범인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법원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더팩트 DB

피해자 감금 등 혐의로 확정된 4년6개월에 추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중 자신이 고용한 프로그래머를 살해한 이른바 '파타야 살인 사건'의 주범인 30대 남성 김모 씨에게 법원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앞서 김 씨는 피해자를 감금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8일 오후 2시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김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17년, 10년 동안 위치 추적을 위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태국으로 불러 고용한 사람으로서, 업무 관련 정보를 빼돌렸다는 이유로 장기간에 걸쳐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무엇보다 폭력적이고 잔인한 범행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사체를 유기한 채 현장을 도주해 수년간 도망치고, 책임의 전부를 공범에 미루는 한편 후배를 이용해 범행 은폐를 시도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아 피해자 유족은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김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직접적 사인은 공범 윤모 씨의 폭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자신이 고용한 피해자가 공범에게 일방적 폭행을 당해 사망에 이를 상황이었다면, (윤 씨의 범행을) 저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살인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할 때 직접적 가해 행위를 한 사람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피고인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죄책은 공범 윤 씨보다 크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계획적·확정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앞서 선행 사건으로 확정받은 징역 4년 6개월의 형량과 형평성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을 선고받은 뒤 김 씨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방청석을 노려보며 "하"라고 콧방귀를 낀 뒤 교도관과 법정을 나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사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 김모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이새롬 기자

국내 폭력조직원이었던 김 씨는 2015년 11월 태국에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공범 윤 씨와 함께 자신이 고용한 프로그래머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직후 윤 씨는 현지 경찰에 넘겨졌지만 김 씨는 베트남으로 달아나 약 2년 동안 행방이 묘연해졌다. 2017년 7월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사건이 다뤄지면서 행적이 드러나 이듬해 4월 국내로 송환됐다.

김 씨는 피해자가 도박사이트 정보를 빼돌리는 것으로 의심해 피해자를 고문하고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김 씨와 함께 살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숙소 주소를 지인에게 메시지로 보내며 신고하려 했다. 이에 김 씨는 공범 윤 씨와 차를 타고 피해자를 다른 숙소로 옮기려 했는데, 이동 과정에서도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을 차량에 방치한 뒤 윤 씨는 파타야 현지 경찰에 자수했고 김 씨는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국내로 송환된 뒤 김 씨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우선 감금과 강요, 도박장 개설 등 혐의를 적용해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이 혐의들로 징역 4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2018년 10월 검찰은 김 씨에게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 했다. 같은 해 12월부터 진행된 이 사건 재판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하며 심리가 종결됐지만, 공범 윤 씨의 증인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을 놓고 변론이 재개됐다.

공범 윤 씨의 진술은 태국 법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통해 그 조서를 확보했다. 검찰과 김 씨 측은 한국 법원에서 태국 법원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윤 씨는 태국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재판부는 윤 씨의 조서를 놓고 "형사소송법상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않은 사람의 진술 증거라도 엄격한 요건 아래 예외적으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라며 "태국 법관이 피고인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 사항을 포함한 모든 신문을 진행했고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어서 증거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ilra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