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익신고자로 판단…조사 후 공수처 수사의뢰 결정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수사대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향후 수사주체가 바뀔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도 공수처에 수사의뢰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5일 국민의힘에 공익신고서를 제출한 제보자가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권익위는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금지와 관련한 사실관계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원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수처 수사의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절차는 통상 두달 이상 소요된다.
권익위는 신고 내용, 신고 기관 및 신고방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른 신고자 요건은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해당 제보자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신고 시점부터 신분상 비밀이 보장되며, 신변 보호와 불이익 조치 금지, 책임감면 등의 보호 조치를 받게 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팀(이정섭 형사3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금 사건 당시 대검 반부패부에서 근무했던 A검사를 최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A검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측에 출금 정보가 유출된 의혹에 대해 수사할 당시 대검 반부패부 소속이었다.
김학의 출금 사건 공익신고자는 2차 공익신고서에서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수사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조처 과정에 불법행위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해 보고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출금 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대검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 만에 A검사를 불러 공익신고서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익신고서에 적시된 피고발인들에 대해 본격적인 소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본격 수사체계를 갖추기 전 검찰이 김학의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 5명을 투입해 집중 수사한 후 신속히 결론을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앞서 김학의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하는게 옳다고 본다는 의견을 낸 데 이어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처장은 "공수처법상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행을 발견한 경우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의무 조항이다. 현직 검사의 범죄 혐의가 발견됐다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일응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재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고 헌재 결정에서도 관련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공수처법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나왔지만 헌재 재판관 3명은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장에 일방적으로 이첩을 요청할 권한을 부여한다. 행정부 내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하게 돼 상호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하게 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공수처 원서접수 결과 4명을 뽑는 부장검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에 193명의 지원자가 몰려 각각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사관 30명 모집에는 293명이 지원했다. 면접을 거친 부장검사와 평검사 후보자들은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데, 인사위 구성에는 여야 추천위원이 각 2명씩 들어간다. 공수처 출범에 반대해온 야당이 위원 추천을 거부해 인사위 구성을 지연할 경우 검사 인선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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