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증언, 카드 내역 등 물증에 뒤집혀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확인서를 위조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딸의 입시를 돕기 위해 표창장 등을 위조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혐의는 물론 재판 전개와 재판부 판단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조국 자녀 입시 의혹' 잇따라 유죄 판단한 법원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집행유예를 비롯한 금고 이상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최 대표는 변호사 시절, 조 전 장관 아들 조모 군이 2017년 1~10월 매주 2회 모두 16시간 자신이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지난해 1월 불구속기소 됐다. 조 군은 이 확인서를 2018년도 연세대·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제출해 최종합격했다. 검찰은 최 대표가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딸 조민 씨의 입시 관련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 교수 측 상황과 비슷하다. 정 교수 측은 딸 조 씨의 인턴 확인서와 표창장 등은 실제 활동에 근거했다며 공소사실에 맞섰다. 핵심 혐의인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에는 자신이 소속된 기관명으로 발급된 확인서 진위를 따진다는 점에서도 최 의원과 같았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유죄로 판단해 중형을 선고했다. 정 교수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입시비리 관련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최 의원 역시 실형은 아니지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선고받았다.
◆인턴활동 전해들은 사람 있지만 직접 본 사람 없어
재판 쟁점은 '조 전 장관 자녀가 실제로 인턴 활동을 했는가'다. 이에 따라 두 사건 재판에는 확인서를 발급한 기관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나와 조 전 장관 자녀를 실제로 봤는지에 대해 증언했다. 관심이 쏠린 건 피고인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말이었다. 이들은 검찰 공소장과 달리 조 전 장관 자녀를 실제로 보거나, 인턴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최 의원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했던 동료 변호사 남모 씨는 지난해 12월 공판에 나와 "최 의원 사무실에서 담소를 나누는데 한 청년이 영어로 된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법무법인 직원이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을 하고 있다'고 하길래 '아버지랑 닮았느냐'고 물은 기억이 있다"라고 증언했다.
정 교수 사건 공판에도 동료 교수들이 나와 유리한 증언을 했다. 동양대 교수 장모 씨와 강모 씨는 각각 7월과 9월 정 교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강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당시 정 교수에게 "딸이 일을 도와주러 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어머니의 일을 돕는 조 씨에게 무엇으로 포상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 동료 교수가 '표창장을 주자'고 제안해 표창장을 발급해 줬다고 증언했다. 장 교수 역시 강 교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며 조 씨가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증언은 한계가 있었다. 남 변호사의 증언 상 그는 최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청년과 통성명을 하지는 않았다. 즉 청년이 조 군인지 확실히 입증해야 하는 관문에 부딪혔다. '조 전 장관 아들이 인턴을 하고 있다'고 말한 법무법인 직원 역시 남 변호사의 기억 속에 있을 뿐이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이 터진 뒤 그 직원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직원은 검찰에 출석해 '인턴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어도 모르고 봤어도 모른다"는 진술을 남겼다.
정 교수의 동료 교수들 역시 '전문 진술'이라는 점에서 취약했다. 조 씨가 인턴 활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정 교수 등에게 '전해 들은' 것이라 증거 효력이 약했다.
◆'오랜만에 목소리 들었다' 문자·카드 내역 반전 불러
법원은 이 한계를 지적하며 엄격한 판단을 내놨다. 유리한 증언은 문자와 카드 내역 등 물증을 이기지 못했다. 최 의원 사건 1심을 맡은 정종건 판사는 판결문에서 "남 변호사는 평일 5일 중 4일을 사무실에서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사무실에 나와서 4~5시간 정도 일을 하며 피고인과 함께 많은 사건을 협력해 업무를 진행했는데 2017년 조 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겨우 2번 본 적 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이 2017년 5월 정 교수에게 보낸 문자 내역도 발목을 잡았다. 판결문에는 "피고인은 2017년 5월 12일 정 교수에게 '오랜만에 조O이 목소리를 들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는데 조 군이 꾸준히 근무했다면 발송할 수 없는 문자메시지"라고 설시됐다.
정 교수 사건 1심을 맡은 형사합의25-2부는 조 씨의 카드 내역을 주요하게 살폈다. 조 씨의 동양대 표창장 내용을 살펴보면 '동양대 인문학 영재프로그램의 튜터로 참여해 자료 준비 및 에세이 첨삭 지도 등 학생지도에 성실히 임했기에 그 공로를 표창함'으로 기재돼 있다.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의 영어에세이쓰기 수업은 1·2기만 개설됐고 3기 때에는 신청 인원 미달로 개설되지 않았으므로 조 씨가 튜터로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은 1기 또는 2기"라고 판단했다.
당사자인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2년 1~2월, 7~8월 동양대에서 튜터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2012년 3월 20일~5월 29일 진행된 2기 수업에서는 활동하지 않았다고 조 씨도 밝혔다. 1기 수업은 2012년 1월 14일과 21일, 28일 그리고 2월 4일과 11일 총 5회에 걸쳐 열렸는데, 조 씨의 카드 거래 내역을 보면 동양대가 위치한 경북 영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재판부는 "조 씨가 동양대에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양대에서 튜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동양대 표창장을 허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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